☞ 이 글은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리뷰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글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고 스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정통 서사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아지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좌초하는 비극의 주인공이요. 고대부터 이어지는 유구한 화두를 최근에는 거의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감상으로는 이 소설의 영웅이자 패자는 단연 주인공인 폴입니다. 시상하부의 지배자이자 노예의 숙명을 타고난 인간이요. 이렇게 쓰니 너무 장황한 것 같군요. 하지만 적어도 제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읽혔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읽기에 따라서는 유토피아적일 수도?) 세계관과 정밀한 미래 세계의 묘사와 의학적 상상, 그리고 약간은 아쉬운 개연성이 섞여서 복잡한 감상을 주는 작품이었지만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굵직하게 끌고나가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주목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아적 유토피아에서 가장 윤리적인 처신을 하는 존재가 결국은 인공지능이었다는 결말이 작가님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반증하는 장치라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쓰는 감상글인데 너무 딱딱했네요. 이 소설이 그만큼 제 기분을 고양시켰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