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브릿G가 오픈한 후 처음 읽어본 소설이다. 내 트위터 팔로워이기도 한 위래 작가님의 ‘멋진 생태계’라는 짧은 공포소설로 읽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리뷰 서포터로 선정된 후부터 브릿G에 올라오는 작품들에 많은 기대를 가졌고, 이 작품으로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일부러 타 웹소설 사이트에서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인 공포 장르를 택해서 읽었는데도.
작품의 줄거리를 설명하진 않겠다. 간단하게 ‘벌레와의 공생’이라는 설정을 가진 소설, 이라고만 해둔다. 나 역시 곱등이나 바퀴벌레 같은 벌레들과의 공생을 인물관계에 비유하여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이 작품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다르지만. 어쨌거나 나도 한 번 생각해본 적이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읽어나가는데 다른 독자보다 배로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돈 없는 회사원이 외숙의 집에 얹혀 사는 상황, 이라는 것도 다르게 생각해본다. 돈 없는 회사원인 주인공을 벌레에 비유하고 외숙과 외종사촌을 집주인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과 주인공의 관계가 딱히 나빠 보이지도 않고, 주인공의 내면이 더 드러나지 않은 면도 있어 독자인 나의 상상력이 더해진 점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 스스로는 속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 낡아빠진 집에, 돈은 없고 어떻게든 생활은 해야겠고, 그래서 ‘벌레’처럼 그간 왕래도 없던 친척의 집에 ‘기어들어가는’ 꼴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이 소설을 읽어본다. 주인공의 벌레에 대한 혐오는 벌레 자체에 대한 혐오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벌레-벌레가 나오는 낡은 집-낡은 집에 살 수 밖에 없는 처지-가난.
이미 ‘적응’한 외숙과 외종사촌은 이미 그들(벌레 또는 가난)과의 공생을 택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직 순응과 공생의 이전 단계인 혐오와 배척 단계에서 몸부림친다. 그는 집이 무너지기 전까지 적응하지 못했고, 벌레들을 박멸하는 데 급급한다. 돌아온 건 허탈감. 귀에 들어간 벌레를 어떻게든 빼내려는 그의 모습은 사실 그와 벌레가 하나가 되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집이 무너진 후 벌레를 식량으로서 섭취하는 주인공을 보며 생각한다. 그는 깨달은 걸까? 자신과 벌레와의 공생관계를, 아니면 자신은 벌레와 같다는 것을?
아쉬운 점은 이러한 좋은 설정과 결말이 지나치게 짧은 분량 속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외숙과 외종사촌의 인물에 더 구체성과 사건을 부여하고, 낡아빠진 집이라는 공간과 주인공의 관계를 더 부가한다면 훨씬 나아질 거라는 첨언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