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안에서 감춰진 마음의 영역을 보여준 작품 ‘미지의 세계’ 공모(감상)

대상작품: 미지의 세계 (작가: 이열,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5시간 전, 조회 5

이 작품은 시작부터 조금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미지라는 여성이 전 남자친구인 아인에게 납치당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상하게도 미지는 굉장히 차분하고 오히려 아인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 매고 있다.

“네 앞길이나 걱정해. 누나 걱정 그만하고.” 라는 미지의 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생각에 흥미가 더해졌다.

 

이 작품은 세 사람인 미지, 아인, 시온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조로 되어있다.

처음엔 당연히 미지를 납치한 아인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면서 점점 복잡해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기억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나쁜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 선뜻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이 교차 시점 구조 덕분에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게 강점이다.

현재의 감정에 머무르고 있는 미지와 달리 아인과 시온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자신들의 성격과 감정의 기반을 보여준다.

그 기억들이 얽히면서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이들의 말만으로 사건을 단정 짓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 흐름 속에 문득 나 자신의 인간관계가 떠올랐다.

나 역시 누군가를 오해하거나 나만의 시선과 논리로 타인을 판단해버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연애를 둘러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각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성격과 감정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나의 약점을 숨기거나 반대로 그것을 상대에게 드러내며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부분,

아님 상대방의 결핍을 내가 채워줄 수 있다고 믿으며 관계를 유지하고도 하는 모습 말이다.

그런 감정들이 애정일 수 있지만 어쩌면 자기 과시일 수도 있고,

나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이 작품에선 억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왜 이 작품의 이름이 [미지의 세계]인지 떠올려 봤다.

말 그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래서 막연히 두려운 세계.

어쩌면 이 인물들의 마음 속, 어쩌면 인간관계 안에서 감춰진 마음의 영역이 아닐까.

내가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감정, 상대를 믿는 마음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의심.

그리고 모순된 감정들까지. 이러한 세계를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이야기의 분위기가 머릿속에서 쉽게 가시지 않고 인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어떤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믿고 있는 감정은 과연 온전한 것일까 하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 가시지 않는다.

타인의 내면이자, 나 자신도 모르는 내 감정의 세계.

이 세계는 결코 완전히 들여다볼 수도, 쉽게 판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깊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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