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저 미래만 보지만 말고 저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읽었다면… 감상

대상작품: 캐시 Cassie (작가: 이아람,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9시간 전, 조회 5

카산드라.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신화 속 인물이다.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딸인 그녀는 아폴론의 축복으로 예언의 힘을 얻었으나, 그를 거부해 그녀가 하는 예언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받았다. 아폴론의 침이 그녀 입 속에 튀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녀는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의 함정을 예언했고, 모두가 알듯 사람들은 믿지 않아 나라는 끝내 멸망했다.

그렇다면 ‘캐시’ 속 ‘나’는 어떨까.

 

나는 미래를 볼 수 있다.

아주 나쁜 미래만, 아주 불길한 미래만.

 

나의 능력은 그게 예지력인지 인지하지 못한 순간부터 발현이 되었다. 어릴 적 나를 맡아 길러주던 외할머니는 이런 나를 신이 보낸 아이라 여기며 나름 귀하게 대했다.

하지만 원 가족에게 돌아가자 이런 능력은 아무 소용 없었다. 내가 불길한 미래를 막고자 벌인 행동은 말썽으로 비춰지기 일수였다. 심지어 부모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까지 한다.

 

왜 ‘나’를 위시한 ‘그녀들’은 항상 불행을 예언하고, 그 예언은 언제나 추앙이 아닌 외면으로 이어지는 걸까.

 

나이 든 이후 학창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너’와 집을 나와 독립해 나름대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지만 연락을 끊었던 동생이 ‘나’를 찾아오면서 또다시 예견된 사고를 막으려다 이전처럼 오해만 받게 된다.

 

소설 속 ‘나’의 상황은 카산드라의 신화가 ‘나’에 대한 예언인 듯 펼쳐진다.

세상의 종말을 아무리 말해도, 실제 그런 일이 닥쳐도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미래를 예견하고 그걸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스스로 자부하지만, 사실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랑하는 ‘너’와의 관계마저도.

 

나는 미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

결국 나는 끝끝내 동생이 왜 갑자기 나를 찾아왔는지, 나중에 다시 또 찾아올 생각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도 알게 될 수도 없으리라.

 

‘나’가 그저 미래만 보지만 말고 그 저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나’를 진실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멘토 같은 이가 하나 있어,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한편으론 위험한 예지력을 어찌 펼쳐야 하는지 알려주었다면 질투와 파국으로 점철된 결말과 조금은 달랐으려나.

안타까움에 이리저리 상상해 보지만, 되돌리려 수없이 타임 리프를 해도 매번 더 어렵게 꼬여가던 다른 시간 여행 소설처럼 머리 속만 한층 더 복잡해진다. 마치 저주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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