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운, 아니면 가벼워지는 글입니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까마귀 (작가: 위래, 작품정보)
리뷰어: 민자영, 17년 2월, 조회 63

세상엔 따뜻한 것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요?

 

누군가에겐 사랑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우정이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세상엔 따뜻한 것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따뜻함 사이에는, 인텐스함이 있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감정이 고조되는 것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보며 따뜻하다고 이야기하고, 웃음을 머금는 연인을 보고 따뜻하다고 이야기합니다.(그러한 광경이 몇몇 분들에게는 보는 것 만으로 심장이 저미어지는 듯한 차가움이 되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느낌이 못내 좋아, 웃고야 마는 것 같습니다.

 

지루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루한 듯이’ 배치된 문장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타래가 풀리듯 가벼워져갑니다. ‘나’와 까마귀의 만남은 소소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과 인간이 나누는 교감을 다루는 여느 이야기처럼, 귀엽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가벼워져갑니다. 날아갈듯이. 교감의 깊이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수줍게 늘어만 갑니다.

 

그렇게 끝까지 읽다가 보면, 마지막 문장에, 휘익 하고 기어이 가벼운 마음이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무거운 반전도, 먹먹한 감동도 없습니다.

 

그저 휘익. 하고, 문장은 까마귀와 함께 날아갑니다.

 

아주 가볍고 따스한,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면서요.

 

아침에 눈을 떠서 수업을 들으러가다, 잠깐이나마 좋아하던 여자아이와 마주쳤을때의 그런 느낌입니다.

 

분분히 떠오르는 기분.

 

그게 못내 좋아서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짧습니다. 가벼운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글입니다.

 

그리고 이따금씩은 이런 글이 좋아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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