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삼국지를 세 번은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읽은 책을 세 번 읽는 경우, 심지어 5권 이상의 대하소설을 3번 읽는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나관중의 삼국지의 경우라면, 정비석, 이문열, 황석영 작가 등의 다양한 편역이 있는 까닭에 취향이나 다른 작가는 어떤 식으로 편역을 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읽음으로써 세 번을 읽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만화로라도.
그런데 그런 경우에도 몇 가지 아쉬움과 의아함이 생기는데, 바로 삼국지를 작가들의 성향, 취향에 맞춰 편역함으로써 생기는 관점의 차이다.
우선, 예전에 삼국지에 나오는 명문장을 소개한 어느 책을 보게 됐는데, 그 책에 나오는 문장의 반 이상이 내가 삼국지를 읽었음에도 처음 보는 문장이었다든가,
원래 나관중의 삼국지는 조조의 인생 성공담을 주로 다룬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사상을 강조한 나머지 한 왕실 혈족인 유비와 제갈공명의 이야기가 주요내용으로 다뤄졌다든가,
또 어떤 책엔 여포가 사실은 삼국지에 묘사되듯 포악한 성격에 배은망덕한 인물이 아닌데 그가 한족이 아닌 오랑캐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묘사됐다든가,
심지어 삼국지의 가장 유명하고 유능한 책사로 우리가 당연히 제갈공명을 꼽는 것과 달리 실제 가장 유능한 책사는 간웅이라는 주장 등…
국내 편역된 삼국지만 읽어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야기의 관련서적들이 많다.
결국, 어느 쪽 이야기가 맞을까?
사실, 의아함과 호기심을 풀려면 당시 중국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하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삼국지만 파고 살 순 없는 노릇이라 대신 뭔가 제대로 된, 정사를 기반으로 한 삼국지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런 정사를 추구하는 삼국지를 브릿G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사실, 처음 브릿G에 가입했을 땐, 황금가지가 민음사 계열의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라 여긴 분명 판타지와 추리/공포물이 많은 웹소설 사이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팩션 사극도 아닌 정통역사물을 추구하는 삼국지라니.
이게 여기서 통할까 싶기도 하고, 읽다가 중간에 마무리 못 짓고 끝내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작가가 완결도 않고 끝내는 연재만큼 뒤가 찜찜한 글은 없으니까.)
아무튼 조금은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 작가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연재된 글에 대해 약간의 소감을 밝힌다면,
우선, 6회 밖에 연재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단정 짓고 싶진 않다. 아직 연재 초반에 삼국지라는 이야기가 그리 짧게 끝날 이야기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조금 우려되는 건, 너무 정사에 치우치다보니, 묘사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싶다.
문학적인 묘사를 바라는 건 아니다. 조금의 재미를 위해 전투장면이라든가 인물묘사를 좀 더 생동감 있게 묘사해주면 독자들의 눈을 더 잡아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도 중간 중간 우유를 마셔주듯, 냅다 고기만 먹으면 갈증만 생기듯이 적절한 묘사를 통해 재미라는 갈증을 채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