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장르에 대해 생각해 보기 // 스포일러 있음!! 공모

대상작품: 헤일 경의 비극 (작가: 이지호, 작품정보)
리뷰어: 리컨, 18년 12월, 조회 46

8편에 걸쳐 연재된 “헤일 경의 비극”은 호러, 추리/스릴러 장르 소설을 표방했다. 장르소설은 장르적인 속성을 가진 설정들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이 작품은 정신과 의사가 곤경에 처한 자신의 오랜 친구와 그를 둘러싼 알 수 없는 공포들의 비밀을 파헤쳐간다. 전형적인 설정들이 일정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불균질했다.

 

18세기 바로크 시대에 경력있는 40대 정신과 의사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이런 시발 새끼!”라는 데서 웃음이 터져 버렸다. 클라이막스 부분이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몰입을 방해하는 대사들이 있었다. 고전적인 말투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쓴 부분들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18세기 영국귀족들이 이런 단어들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의심되는 아쉬운 부분들이 노출됐다. 추리소설은 주로 셜록 홈즈,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등을 어린 시절에 열심히 읽었을 뿐이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마무리에 집중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헤일 경의 비극”은 러브 크래프트의 “현관 앞에 있는 것”(The Thing on the the Doorstep”)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의 차이도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헤일경의 비극”은 스토리적으로 확실하게 정리한 뒤에 여운을 남기는 반면, “현관 앞에 있는 것”은 독자가 보기에 확실해 보이는 것을 교묘하게 흐트리면서 암시로 남겨둔다.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할 필요는 없고,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른 설정이나 전개를 살펴보는 게 좋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전개는 두 작품 모두 독자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고 한다고 보여지는데, 두 작품의 강도가 차이가 나는지 짚어보면 될 것 같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고전 추리소설을 읽지 않은지 오래된데다 현대 추리소설은 원하는 만큼 흠뻑 읽지는 못한 처지라 요즘 추리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등장인물의 캐릭터 속성이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엔딩의 과잉된 감정들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력한 부분이 돋보이면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쉽게 눈에 뜨일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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