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서 쓰는 리뷰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작가: 너울,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12월, 조회 1186

여긴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엄청난 조회 수, 계속 달리는 댓글, 베스트를 경신하고 결국 브릿G의 모든 베스트를 다 차지해버렸네요.

새벽에 먼저 화제의 중심인 소설을 읽어보았어요. 기대가 커서인지 초반을 읽어나갈 때는 좀 심드렁하기까지 했어요. (이건 순전히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겁니다. 기대 없이 보았다면 찬찬히 조곤조곤 잘 풀어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겠죠.)

어쨌든 저는 처음에 별 얘기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읽어나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점점 가면 갈수록 이야기가 저를 빨아들이고 계속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겁니다. 신기하게도 초반은 오히려 평이한 문장에 누구나 경험할 만한 내용이고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일상을 다룬 내용이라 빨리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으면 했어요. 주인공이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전 이상하게도 그 부분부터 몰입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거든요.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저는 코딩에 ‘코’자도 모르고 컴퓨터 공학 같은 것도 모르지요. 그런 문외한이 읽는데도 어려운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몰입도를 깨뜨리지 않고 끝까지 놓지 않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전개한다는 게 우선 놀라웠고요. – 소설은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결국 다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 이만큼 전문적인 내용을 전개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잘 모르는 개발자들의 세계를 엿볼 기회를 가지는 것도 호기심 충족 면에서 즐거웠고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어요. 주인공들이 외계로 나가는 우주선을 타자마자 지구가 순간 삭제 돼 버리는 장면 때문에요. 환상이 아니고 진짜로 완전히 사라져버려요. 주인공들은 진짜로 돌아오고 싶어도 절대 돌아올 수가 없죠. 지구가 사라져버렸으니까요.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 저런 상상을 어떻게 하는 거야? 뭐 그런 감탄을 섞어 가며 영화를 봤었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어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까 이 소설 스토리는 꺼내지 않겠습니다만 그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용이 비슷한 건 아니에요.)

후반부에 펼쳐지는 상상력이 신선했어요. ‘말도 안 돼’ 할 수 있는 내용인데 앞쪽에서 차근차근 쌓아준 지식과 이야기들 덕분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고 말았죠.

이 소설은 그 계통에서 일하시는 전문가분들이 보기에도 공감하고 흥미를 가지고 볼법하게 잘 쓰여졌으리라 짐작되지만 저처럼 숫자에 약하고 비전공자가 보기에도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엉뚱함에 탄성을 지르게 되는 면이 많이 있어요.

점프를 65,536번 하면 서버가 터진다 … 이것은 단순한 게임일 뿐인데 말이죠. 아니 저걸 왜 도대체 누가 일일이 65,536번을 눌렀냐고…. 그런 궁금증을 생각해보거나 (뭐 꼭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죠. 뭐!) 수만 개의 젤리를 정말 다 한번에 먹어치울 수 있는 걸까? (이것 역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죠. 술에 취해 있을 땐 저도 뭔가 단걸 엄청 먹거든요.) 그런 상상들을 하게 되는 부분도 좋았지만 이후에 그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퍽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또 어떤 이상한 짓거리를 65,536번 하면 버그를 발생시킬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저 자신을 발견했답니다. 버그가 하나만 있으리란 법은 없지 않을까요? 아니 그걸 걱정하기보다 저 개발자가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되겠는 걸? 같은 걸 걱정하게 됐지만 말입니다.

과연 윤수현의 말을 믿어도 좋을까? 혹 대마향에 잠시 취해 기묘한 체험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잠깐 해보았습니다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왠지 다 믿게 돼버리는 건 앞 부분의 충실한 내용 전개 때문입니다.  읽다 보면 저절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조차 다 믿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재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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