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떤 글을 읽기 시작할 때 주어진 정보들을 최대한 수집해서 뭘 읽게 될지 예상한 다음 읽기 시작하는 편인데 Lars는 그럴만한 재료가 별로 없었어요. Lars 라스? 랄스? 고유명사 같은데 사람이름인가? 지명인가? 코펜하겐이면 덴마크? SF 소설인데 덴마크 코펜하겐인가? 이게 대체 뭐지?
1편을 읽고 난 후에야 그간 읽어왔던 “북유럽 수사물”과 비슷한 장르라는 걸 눈치챘고 거기에 “능력자물”의 요소가 있어서 SF 라고 장르 표기가 된거구나 하고 감을 잡았습니다. 두 장르 다 읽는 편인데 한 번도 크로스 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못해서 무척 새로웠어요. SF로 표기되어 있지만 “수사물” 형식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굳이 장르로 소개하지 않아서 전형적인 “수사물” 전개하고는 좀 다르겠거니 싶었습니다.
배경이 미래의 한국이나 SF세계의 우주 어딘가가 코펜하겐 이라는게 특이해서 의문이 들었어요. 낯선 이름들이 줄지어 나오구요. 10편까지는 러시아 소설 읽을 때 많이들 한다는 것처럼 등장인물 소개표를 만들어 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다음편을 읽는게 더 급해서, 중요한 인물이라면 읽는 동안 반복해서 나올 것이고 보다보면 외워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쭉쭉 읽었습니다만 다행히 24편까지 읽는 동안 크게 헷갈릴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사회적 체계 안에서 풀어져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아마 한국이었다면 이 글이 보여주는 묘사가 나오기 어려웠겠구나 싶었어요. 수사팀 내부의 성별배분이라던가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를 보살피는 대응의 묘사가 만약 한국이었다면 과연 이 글에서 처럼 진행될 수 있었을까? 혹은 한국에서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면 그 묘사를 과연 한국 이라고 받아들 일 수 있었을까?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였으면 이질적으로 느꼈을 것 같아요. 세상 모두가 윈도우폰을 들고 다니는 세계가 낯선 것 처럼요.
Lars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인물을 내면과 결정, 그리고 행동을 따라가는 일입니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부차적이에요. 현재 시점의 사건과 맞물려 교차되는 주인공의 과거를 따라가면 특이한 능력 혹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상황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한데 모이는 학교가 등장합니다. 신기한 건 개인적으론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도 그 특수학교에서 하루 하루를 견뎌나가는 아이들의 내면에 놀랍도록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어요. 적대적인 세상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배움터. 거기서 견뎌내고 사회로 나온다 해도 어딘가 한 켠은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두려운 감정과 내면들이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살기 위해 덮어놨던 내 감정의 일부를 열어서 마주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불안이나 두려움은 어떻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마 사는 동안 계속 품고 가야 하는 걸텐데 여태껏 그 감정을 덮어놓고 등 뒤에 숨겨놓고 있다가 Lars를 통해 마주하고 나니 이게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구나 안도감도 들고 주인공 처럼 주변 사람들은 어떤지 관찰해보게 되네요.
감상을 뭐라고 마무리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아직 안보셨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