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저 하나의 ‘호의’ 일까요? 아니면 그 사람을 사로 잡으려는 마음일까요? 친절이라는 단어 속에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피커님의 작품인 <간극>은 일본인인 K에게 J는 자신의 집에 묵는 한 달 동안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씁니다. 함께 영화도 보고, 서점도 가고,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가르쳐 주려는 노력도 하면서요.
외국인을 만나면 반갑고, 특히 우리나라를 여행온 이라면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여행하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다 보니 K를 생각하는 J의 마음에 공감이 가네요.
K와 J는 서로 각각의 짝이 있어요. K에게는 5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J에게는 1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J는 K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와 달리 K는 J에게 한국에서 만난 여자사람일 뿐 남녀 사이의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그들은 서로 말과 말을 이어가며, 영화와 책, 노래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있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좁혀지지 않는 시간의 간격을 메우지는 못해요. K의 할아버지는 한국인이지만 K는 일본인인 동시에 할아버지가 지내온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인과 일본인, 한국과 일본 간의 먼 간극 처럼 그들 사이 또한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서로가 알지 못했던 시간의 장벽과 상대방에게 서로 연인이 있다는 간극이 그들을 더 끌어 당기지는 못하고 그저 한쪽에서의 호감으로 끝이 나는 듯 보였어요. J가 K에게 내어 준 것은 그저 단순한 친절인가 아니면 호감을 넘어 더 마음을 이어 가고 싶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마지막 행동이 답이 되었습니다. K역시 편지에 쓰여진 글귀가 진심이 아닌 인사말에 가까웠을까요?
때때로 어느 순간, 어떤 시간에 아무런 연고 없이 만났지만 서로 마음이 통해 그 시간 만큼은 즐겁게 보냈지만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면 그 순간의 기억이 휘발되는 것처럼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지만 잠시 즐거웠을 뿐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관계랄까요. K와 J는 서로에게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시간의 간격에게 누군가는 일찍 호감을 드러내고 사그러지는 반면, 누군가는 다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 이후의 시간들에 대해서는 K의 속마음까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드네요.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갈 수 없고, 좋은 것들을 그에게 건네주고 싶어도 말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는 항상 유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그것이 어느 정도의 호의와 마음이 담겨져 있는지는 개인의 문제이겠지만, 남녀간의 간격과 서로 다른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덧, 작가님 작품 속에서 ‘김소월의 별 헤는 밤’이라고 하셨는데…김소월 시인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이 아닌가요? 혹, 김소월 시인의 시 중 별헤는 밤이 있는가 싶어 찾아보았는데 검색이 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