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야기와 긍정 이야기 공모(비평)

대상작품: 나를 접어줘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8년 10월, 조회 29

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냥 감이긴 한데, 작가는 누군가로부터,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게 심리묘사라도 더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을까 싶었다. 예전 글들에 비해 심리 비중이 늘었다. 예전 작품의 주인공들이 어쨌든 행동하는 인물이었다면, 이 작품이나 바로 전작인 토킹 어바웃은 스릴러보다는 서스펜스였다.

좋아했던 작풍이 변해서 아쉽게 느껴지는 건가 싶지만, 고르고 골라서 최대한 객관적인 부분만 적어본다.

먼저 꼽자면, 우선 종이의 대사가 있었다. 작중에서 종이는 굉장히 유창하게 주인공과 대화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는 굳이 억지로 끄집어내자면 꼽아볼 수 있는 의문이지만, 사실 별로 상관없다.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나 능숙하게 말을 구사할 수 있으면서 (아마도)전기톱 같은 물체에 대해서는 ‘길쭉하고 날카로운 물건’이란 식으로 장황하게 표현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또 종이의 눈에는 종이로 마을을 만든 모습이, 사람으로 치면 시체를 쌓아서 건물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는 대체 어떻게 보이는 걸까? 사실 중요한 부분은 아니긴 하지만, 종이와 대화를 한다는 설정에 집중하느라 그에 따르는 디테일을 놓친 것 같다.

 

어디까지나 다른 독자들도 보편적으로 의문을 느낄 만한 부분에 대해서 꼽아봤고, 이 이후는 그냥 나만의 의문이다.

우선 주인공의 불행에 대해 너무 표면만 훑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주인공이란 인물에 대해 이해가 안 되었다. 좀 더 깊게, 이런 주인공은 이런 성격이고 이런 성격일 수밖에 없는 녀석이란 것이 드러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전작들에서는 ‘보편적인 인간’이 중요했지만, 작품의 성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둘 째로는 주인공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성과가 보잘 것 없다는 점이었다. 주인공은 다른 평범한 학생들에 비해 심약한 성격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것도 있었을 텐데, 주인공이 도전한 일이라곤 학교에서 뛰쳐나오는 것 정도였다.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좀 더 주인공만이 할 수 있었겠다 싶은 일을 해서 성장했다는 점이 더 어필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는 이야기가 ‘성장 이야기’냐, 주인공의 성격을 ‘긍정하는 이야기’냐에 따라 노선이 갈린다.

‘성장 이야기’면 ‘부족했던 주인공’이 ‘남들만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건 아까 말했듯 성장 파트가 약하다.

반면 후자면 주인공의 성격이 ‘결함’이 아니라 엄연히 지금 그대로라도 괜찮은(또는 오히려 남들보다 나은) ‘개성’이라면(예를 들면 ‘포레스트 검프’가 이쪽에 해당된다) 그런 주인공의 성격이기 때문에 남들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장면을 배치해두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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