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꽃잎을 상처내어 생화인지 확인할 때에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꽃2 (작가: 글터파수꾼, 작품정보)
리뷰어: 한켠, 18년 10월, 조회 279

* 위 작품과 연작입니다만, <꽃2> 안에 <꽃>의 줄거리가 나옵니다.

*리뷰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땅에 뿌리박혀 있던 꽃을 꺾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가 볼 수 있는 꽃을 나 혼자만 볼 수 소유할 수 있는 대신

꽃은 생명(뿌리)을 잃고, 원래 자기의 자리에서 강제로 이주당하게 되지요.

 

<꽃>에서 흰 꽃을 꺾은 사람들은 죽은 아기를 안고 다니는 미친 여자, 애인을 죽인 남자, 가족을 살해한 남자입니다. <꽃>에서는 이들이 왜 꽃을 꺾은 사람들이 이렇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꽃을 꺾었다는 것 외에 이들에게 공통점이 없으니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주제를 알기 어렵습니다. 왜 하필 이들이 꽃을 꺾었는지도 나오지 않으니, 남는 건 스산한 분위기 뿐입니다. ‘꽃을 꺾는다’의 함의와 ‘왜 하필 이들인지”이들이 왜 꽃에 홀렸는지’의 연관이 긴밀하고 그것이 설득력 있었으면 더 ‘호러’였을 겁니다. 타인은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인데, 소유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꽃을 꺾고, 벌을 받은 걸까요? 함축적인 글을 쓰시려고 한 것 같은데, 저 3명 중 1명의 사연을 택하여 풀어 써 보시면 어떨까요?

<꽃2>에서는 흰 꽃을 꺾지 않은 여자가 나옵니다. 그녀는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의부의 성범죄를 이야기하지 못 했습니다. 그녀는 <꽃>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남자의 사건을 보다가 꽃의 비밀을 알아차립니다. 흰 꽃을 꺾은 사람은 살인자가 된다는 것.

그녀는 만약 흰 꽃을 꺾었다면 의부를 죽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전작인 <꽃>에서 일가족을 살인한 사람이 평소에 가족에게 살의가 있었다거나 살해당한 가족 중에 성범죄자가 있었거나…하는 식으로 흰 꽃을 꺾지 않은 여자와 꽃을 꺾은 사람 사이의 공통점, 상관관계가 뭔가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꽃>에서 꽃을 꺾은 사람들은 죽일 만한 동기가 없었는데도, 사랑하던 여자, 가족, 아기를 잃었는데 <꽃2>의 여자는 의도적으로 동기를 가지고 가해자를 죽이는 상상을 하네요. <꽃>과 <꽃2>에서 꽃을 인물이라고 치면, 이 인물은 비어 있거나 일관성 없는 혼란한 성격이 됩니다..

난 그 순간 그래, 그 꽃을 사랑했지.(중략) 그래서 꺾었을 뿐이야.

<꽃>에서 꽃을 꺾은 남자가 변호사가 남겼다는 위의 말을 꽃을 꺾지 않은 여자가 기사로 읽습니다. 그녀는 꽃을 꺾은 남자를 이해한다고, 그는 미친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말은…뭔가 가해자의 ‘변명’ 같이 들리는데요. 사랑해서 죽이고, 때리고…했다는 변명 말입니다.

희디흰 순백의 이미지에 넋을 잃고 결국 꺾고 말았다는 둥 그 꽃의 욕망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는 둥

‘일가족 살해남’의 위의 말도 피해자에게 유혹당했다는 둥 피해자 탓을 하는 가해자들의 논리와 비슷합니다. 꽃을 꺾는 것도 흔히 성범죄의 비유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일가족 살해남은 왜 ‘가해자다운’ 변명을 하고 있나요? 죄지은 가족에게 당한 그녀가 왜 죄없는 가족(작품 내에서 가족에게 사연이나 잘못이 있다는 언급이나 암시가 없으니 무죄추정을 해야 겠지요.)을 살해한 남자에게 이입할까요? 단지 가족을 죽였다는/죽이고 싶다는 공통점 때문에요? 왜 성범죄의 피해자인 그녀가 가해자의 논리를 구사하는 일가족 살해남에게 공감할까요? 작가님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나 소수자를 다룰 때에는 특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꺾인 꽃이 복수한다고 해도, 피해자의 복수를 보여주기 위해 피해자의 피해를 전시하는 건 피해를 ‘이용’하는 겁니다. ‘피해자 다움’을 요구하는 세상에 반대하여,  가해자에게 원한을 품는 피해자를 그리고 싶은 게 작가님의 의도였다면, 그런데 피해자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면, 다른 꽃을 찾아 보시는 게 어땠을까요. 꽃을 꺾거나 꺾지 않는다, 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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