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과거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의 합인 현재 그리고 미래.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플롯과 확연한 주제의식도 돋보인다. 초반부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는 초현실적이지만, 극중에서 과거의 사건과 중첩되며 주인공에게는 매우 절박한 현실이 된다. 주인공의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여정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중반부로 넘어오면서 주인공의 분투는, 절박한 현실에 비해 다소 모호해진다. 여전히 꿈에 의존해 사건을 뒤쫓아 가기 바쁘며, 중요한 복선임에 분명한 주인공의 과거는 주인공의 꿈만큼이나 모호하다. 외부 세계에 대해 무심하고 기억 차단이 능숙한 주인공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이 부분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지나치게 많다. 차라리 이 부분을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에 더 주목했더라면), 주인공의 과거 파트는 작품의 플롯, 주제의식, 캐릭터 등을 위해서 좀 더 성의 있게 다뤄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의 합인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루는 소설에서,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소홀한 취급은 감상의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호감을 품었던 여학생의 자살마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공감하기 어렵다. 10년 전의 일이니 잊어버릴 순 있지만 아예 기억조차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이 작품은 범인에 대한 서사가 거의 없는데,
학교 비리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 한 교사가 학교를 사건 현장으로 활용하며, 학생들을 살해할 때는 최소한 학교 비리의 심각성이라도(아니면 교사의 연루라도)
흥미로운 초반부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중반부를 지나면, 과거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로써, 허탈하기까지 한 후반부다. 애초에 범인을 추리할 단서나 암시가 거의 없었던 관계로, 후반부에서 (또 다시!) 주인공의 꿈으로 범인이 드러나는 것이야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마지막 법정에서 주인공의 재판 장면은, 솔직히 지나치다. 영혼이 등장해 주인공의 과거를 되돌아 보고 주인공이 자신의 죄와 책임을 인정, 반성하는 과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 그 과정을 법정의 증언이나 판결문의 형태로 표현한 것은, 훈계에 가깝다. 이야기가 주는 고유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크다. 서두에 밝혔듯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치밀하지 못한 구성으로 인해 초반부의 흥미로움이 버티질 못한다. 비교적 매끄러운 문체도 가독성에 큰 도움을 주나, 중반부 주인공 이름을 동혁으로 표기하는 실수는 교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