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고있는 TS라는 장르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변곡의 폭이 좁았습니다. 소재 자체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보편적인 소재라고 생각하지만-굳이 이분법적인 성별이 아니라도 완전히 다른 자신으로 변하는 상상 말이죠-워낙 소재가 강렬하고 구체적인 탓에 오히려 어지간하면 소재에 먹히는 감이 있습니다. 성별의 반전, 여체 혹은 남체로 변하면서 마주하는 혼란, 새로운 재사회화, 자기 자신이 이상형이 되면서 얻어지는 혼란, 사회가 강요하는 성역할과의 충돌, 육체에 종속되는 정신처럼 말이죠. 많은 TS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바뀐 성별을 자기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더블 스위치>도 그런 변화와 수용에 대한 이야기지만 조금 이색적입니다. 성별과 관련된 묘사는 깔끔하게 쳐내고 주변 남자들의 반응은 노골적이지만 갈등에서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상세히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신체의 변화에 따른 꿈에 대한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현주와 유진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걸 쉽게 받아들입니다. 갈등은 여성으로 받는 압박과 괴리감이 아닌 자기자신의 꿈에서 멀어지는 데 있습니다. 야구는 신체의 한계와 꿈의 멀어짐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야구도 남녀의 신체적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걸 할 수 없게 되었고 줄어든 구속의 수치는 그런 신체적인 한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주는 깔끔할 정도로 꿈을 포기했고 유진은 집착하며 방황하다 자포자기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부상을 입은 선수들의 슬럼프와 비슷해 보입니다. TS에서 클리셰와 같은 부분을 쳐낸 결과 굳이 TS가 아니라도 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게합니다. 그래도 TS지만요.
<더블 스위치>의 또다른 특징은 간결하고 초연한 느낌마저 주는 문체입니다. 묘사는 필요한 정보만 담고 있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감정적인 부분은 묘사보다는 단어나 짧고 직접적인 문장으로 끝냅니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짧게 겉도는 듯한 대화와 반쯤 방관에 가까운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듯한 현주의 태도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문체라고 봅니다. 오히려 감정선을 격하게 흔들리는 문체였다면 조금 더 뻔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가볍지만 독특한 감성의 소설을 원한다면 <더블 스위치>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