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매우 주관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드디어 제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봅니다. <리뷰어들>이라는 소설을 쓰시고 엄청 난해한 소설들을 쓰시는 – 몇 몇 작품들을 읽어보았지만 정말 난해하고 이해가 어렵고 뭔가 심오하고 기이한 이미지와 환상이 넘치는, 뭔가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다루는 것 같은 – 작가님의 작품을 리뷰 할 생각을 하다니요.
네 그냥 전 그 난해함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난해함 그 자체가 주는 매력이랄까요? 왠지 읽고 나서도 이해가 어렵고 뭔지 잘 모르겠고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느낌. 네 그것을 느낄 때 말이죠. 왠지 모르게 묘한 흥분감이 있어요. 그게 뭘까요? 그걸 알고 싶다,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잘근잘근 씹어보고 … 그런 적 있으신가요?
이 글의 주제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나 작품 이해와 관련해서 사담을 좀 하자면 전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읽었을 때 그랬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그 책을 집어 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제 또래 아이들 중엔 그 책을 읽는다는 아이가 한명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왠일인지 멈출 수는 없었어요. 끝까지 묵묵히 다 읽었죠. 그리고 오래 생각했어요. 내용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계속 생각했어요. 교과서 공부를 하다가도 문득 문득 생각했어요. 뫼르소는 왜 그랬을까?
그때 붙임성이 좋고 국어선생님과 좀 친한 사이였다면 선생님께 물어보았겠지만 전 그런 아이가 아니었어서 저의 혼잣 생각은 참 오랜 시간 계속 됐어요. 지금처럼 검색 기능이 발달해서 인터넷에 검색어만 치면 좌르륵 해석과 의미를 죄다 풀어주는 그런 사회도 아니었고요. 그러니 계속 혼자 생각 할 밖에요. 그러다가 몇 년 후에 문득 깨달았어요. 아, 저 마지막 종소리를 반기는 마음이 그런 의미였구나… 정말 길고 긴 장정이었어요. 소설 한 편을 이해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거더라고요. (어쩌면 제대로 이해를 못했으면 어쩌죠? 혼자 이해한 거니 이런 불안감도 살짝 있지만요. 하지만 한번 이해하고 나니 그 모든 소설 내용이 문장들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작가님의 작품도 왠지 그런 길고 긴 장정을 예감하는 느낌이 듭니다. 전 사실 이 작가님이 쓰시는 작품들의 난해함이 주는 묘한 매력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리뷰라는 장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작가님 작품들 중에 그나마 가장 이해가 쉽다고 생각한 (다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소설을 골랐을 뿐이에요.
이 작품은 한 어린이집에 취직한 비정규직 교사(?)의 시선으로 한 어린아이(A)를 관찰합니다. 아이의 이상한 행동, 이해하기 어렵고 기묘한 그 행동에 자꾸만 관심이 가고 또 아이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계속 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요. 찾아온 어머니도 이상하고 찾아온 아버지도 이상하고… 교사가 아이 때문에 몇 번씩이나 원장실을 불려가고 늦게까지 남아 있고 하는 면에서도 왠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스포일러가 돼서 말하긴 어렵지만 전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저 아이가 무서우면서도 이해하는 마음이었어요. 슬펐고 아팠습니다. 엄마에게 집착하는 마음도 이해가 갔어요.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지만 특히 어릴 때 부모와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거나 따스한 애정 속에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애정결핍에 빠져버리게 되고 남들이 이해 못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저런 말을 듣게 된다면….
주인공이 그 가족과 적당히 떨어진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 이야기가 확실하고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대답 없이 모호한 뉘앙스를 풍기며 끝나는데요. 전 그게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아이가 커가는 동안 저 아이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앞으로 생겨날까요? 이제 저 교사와도 헤어져야 할 텐데요. 정말 안타까워졌어요. 저 아이는 ‘네 잘못이 아니야’란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다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걸 이해하기엔 단 한번 들은 말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아직 너무 어린 게 아닐까요? 누군가 계속 얘기해줘야 할 텐데요. 세상엔 저 교사만큼 착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아이가 다행스럽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만큼 무서운 게 없는 법인데요. 그래서 저는 이 다음을 상상하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섭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그런데 작가님, 작가코멘트에 쓰신 말이 진짜 진심이신가요?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공포소설을 쓰고 싶었다’라고.. !!!! 역시 코멘트조차도 난해한 마무리로.
난해한 작품을 쓰는 작가님에게서 놓여나는 방법은 그 작품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뿐이죠. 그때서야 그 끈을 자르고 다른 소설을 탐험하러 갈 수 있을텐데요. 저도 한동안 포르트- 다 놀이를 해야 될듯 하군요. 이해력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계속 작품을 던질 수밖에 없겠네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