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패러독스 감상 감상

대상작품: 타임 패러독스 (작가: Qaz, 작품정보)
리뷰어: 뚜근남, 18년 9월, 조회 55

타임 패러독스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장르는 SF입니다. 모든 SF가 그렇듯이 현실과 작품의 세계를 다르게 만드는 어떤 설정이 필요하죠. 과학적 사실, 혹은 우주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여 어느 정도는 있을 법하지만, 일단은 현실에 없는 것이요. 그리고 단편이기에 작품 내에서 투입된 설정은 단 한 개입니다. 선천적 존재 박약증.

오로지 이 설정 하나만으로 끌고 가는 작품이기에 등장인물도 몇 없고, 특별히 시대상을 묘사하는 다른 배경도 없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2000년대 초반쯤의 현실에 이 설정 하나만 던져진 느낌이죠. 그리고 사실 그 설정도 납득시키려 애쓰진 않습니다. 초반 몇 문장. 나레이션으로 해도 10초 언저리면 끝나는 것이 설정 설명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감동은 어떤 의미에선 납득되지 않는 쪽이 더 낫거든요. 이 작품은 설명을 구구절절 하지 않기에 감동적입니다.

이 작품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여주죠. 초반에 설정을 홱 던지고, 이 설정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를 보여줍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이 안 되죠. 감성적인 작품이 그렇듯이 일기라는 사물로, 꽃의 향기로, 강아지의 움직임 같은 간접적인 요소로 잊혀져가는 동생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말은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고, 훌륭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사실 설정을 뒷받침할 세계관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기에 이 작품의 설정은 홀로 튀어나온 감이 있습니다. 기왕 튀어나온 설정. 영적인 것으로 설명을 했어도, 체인질링이나 요정의 장난 등 판타지로 설명을 했어도, 그것도 아니면 그냥 원인불명의 초자연적 현상으로 설명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SF의 방식을 택했죠. 그 때문일까요?  ‘분량’ 뒤집어 말하면 사건과 장면의 갯수가 아쉬워요. 기왕 원인을 명확히 설정했으니 관련된 사건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요컨대 시간이동자를 실제로 만난다던가, 아니면 동생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대신 다른 희생,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던가. 물론 지금도 감정선 하나에 집중할 수 있어서 나쁜 건 아니지만요.

소설로도 보기 좋았지만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같은 영상물로 봤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분위기도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지만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결말을 가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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