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문제’. 어떤 문제가 작품 속에 있을까. 필자가 제목 해석—꼬투리를 잡는 건 감상평을 여는 익숙한 방식이다. 제목만 보았을 때 주인공이 마주할 ‘세 가지 문제’가 무엇일지 예상했고, 본 작품을 읽는 내내 사피엔스 작가님이 숨긴 ‘세 가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았다.
본 작품은 229매로 중편소설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사피엔스 작가님의 필력과 적절한 사건 배분 때문에 술술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본편 내용을 서슴없이 서술할 감상평을 읽기 전 아직 작품을 읽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후딱 가서 읽고 오자.
‘세 가지 문제’는 외계생명체 ‘토르카’ 메리와 ‘토르카’의 워프 능력을 다루는 인간 ‘감응관’ 혜성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토르카’는 워프 능력이 있기에 우주 시대와 우주 전쟁에 매우 중요한 생명체이다. 그리고 ‘토르카’를 다루는 인간은 대체로 나쁘다. 주인공인 혜성과 최 중위, 작중 주요 꼭지인 유성은 ‘토르카’를 지키려는 쪽이다. 선과 악이 분명한 세계 속에서 혜성은 실종된 유성을 찾기 위해 토르카 감응관이 된다. 그리고 토르카 ‘메리’와의 관계를 통해 언니 유성이 사라진 단서를 찾고 결국 그 이유를 알게 되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본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작가님이 제목을’ 세 가지 문제’라고 지은 이유는 필자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세 가지 문제’는 유성이 사라진 이유, 즉 토르카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블랙홀—시간의 정거장으로 사라진 이유를 말한다. 유성이 시간의 정거장으로 감으로써 당시 유성이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 가지 문제는 직접 작품을 읽고 알아보도록 하자!
감상평을 쓸 때마다 작품 내 조금의 의문에 꼬투리를 잡고 해석이랍시고 헛소리를 늘어놓아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왕왕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세 가지 문제’는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기 위해 여러 번 읽었는데도 필자는 만족스러웠다. 혜성과 토르카와의 관계. 혜성이 감응관이 된 이유. 최 중위의 협력 이유. 토르카가 인간을 따르게 된 이유 등 대사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맞물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긴장과 미스터리를 만족스럽게 해소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앞선 장면이 긴밀하게 이어진 걸 무척 좋아하는데 ‘세 가지 문제’는 그런 면에서 필자의 취향이었다.
취향을 제치더라도 작품이 내포한 메시지도 마음에 와닿았다. 인간은 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져다 쓴다. 설령 그것이 생명체라 하더라도 도구처럼 다룬다. 토르카가 인간의 음악에 중독된다는 설정은 놀라웠다. 우스개 소리로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국가에서 인정한 마약, 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실제로 토르카에게 인간의 음악은 마약이었다. 이것은 이미지적으로도 쉽게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인간에게 음악은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하고 즐거움을 배로 늘려주는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지 악한 영향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토르카의 행동과도 이어지는데 토르카가 유아적인 대사나 행동을 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 연령이 낮은 것이 아니라 중독자이기 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으레 인간에게 부림을 당하는 외계생명체가 어린 것처럼 등장하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토르카는 슬라임 같은 형태로 묘사되는데 이것 또한 작가님이 노렸다고 본다. 포유류 같이 귀여운 생명체였으면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을 텐데 (필자의 개인적인 호불호의 영역일 수도 있겠으나) 슬라임 같은 형태로는 동정심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체를 도구처럼 사용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최 중위나 유성 같이 그들을 보호하려는 인간도 존재한다. 이것은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토르카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 때 측은지심이 있다면, 인간이라면 혜성처럼 빅 이어즈에 가담하지 않을까. 사피엔스 작가님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 옳은 행동을 하는 혜성을 보임으로써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SF 장르를 쓰려고 노력하고 흉내내는 필자의 입장으로 ‘세 가지 문제’는 읽는 동안 무척 즐거웠고 부러웠다. SF적 설정과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당신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까지 던지는 세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아마 사피엔스 작가님도 마침표를 찍었을 때 ‘와, 나 잘 썼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제목을 ‘세 가지 문제’가 아닌 다른 제목이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제목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헛소리를 남겨본다.
혹여 필자가 오독한 부분은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감상평을 마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