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책 감상

대상작품: 외계인과 책방 (작가: 미스터버티고,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9월, 조회 24

우선 이 소설은 배고플 때 읽어서 그런지 특히나 더 삼겹살 맛이 배가되면서 저 가족들 식사에 함께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지게 만들었고 또 쌈장에 찍은 마늘과 명이나물을 넣고 한 쌈 푸지게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침이 고이네요. (순전히 삼겹살 때문입니다.)

 

삼겹살은 그렇죠. 둘러앉아서 먹습니다. 가족들이 지글지글 불판에서 읽어가는 고기를 뒤집어 가며 도란도란 얘기 나눠가며 쌈 싸서 먹고 말하고…. 정말 가장 한국의 서민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사이면서도 또한 집밥 중에서는 가장 풍성하고 갖춰놓은 식사 자리 같은 느낌이 나는 그런 식사법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걸 준비하고 치우는 사람의 고충은 또 다르니 너무 자주하면 안 돼요.)

 

한 가족이 삼겹살로 식사를 하고 있어요. 할머니가 실질적인 가장이고 힘이 가장 셉니다. 그 집 손녀딸이 ‘나 외계인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외계인이 되면 어떨 것이다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외계인이다 고백하지 않고 온 식구들을 잡아먹거나 혹은 온통 깽판치며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저로서는 그냥 풋, 웃었습니다. 역시 그 가족들도 믿질 않네요. 그래 너 외계인 맞다, 수긍은 해주는데 그게 영 딴 쪽입니다. 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네요. 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책을 좋아하면 외계인 취급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쩌다가 왜 왜 왜 …. 어째서 학교에서 책을 읽으면 왕따를 당하는 거야?

 

아 나도 외계인이었어… 섭섭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합니다. 실질적 가장인 할머니의 타박으로 그 ‘외계인’이 처한 현실이 드러납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백수로군요. 짧은 소설인데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묘하게 겹치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또한 저도 늘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라 묘하게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저는 다른 쪽으로 생각했거든요. 뭔가 거대한 음모 세력이 있어서 사람들이 책을 안 읽게 만들어서 멍청이로 만들려는 음모가 있는 건 아닐까? 라고요. 이런 상상을 하는 걸 보면 전 정말 외계인이 맞는지도 몰라요.

 

이 가족들에게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네요. 외계인 침공보다 더 무서운 일이 현실에 침입했어요. 단란한 가족의 식사를 짓밟았어요. 외계인보다 더 미운 건 저들입니다. 삼겹살을 다 못 먹게 만들었잖아요. 흑흑. 먹을 땐 개도 아 건드린다 이것들아!! 소리쳐주고 싶어요.

 

사실 이 소설은 삼겹살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근래에 대한민국이 겪었던 아픈 사건이 투영되어 있어요. 아직 진행중이기도 하고요. 일제강점기, 6.25 이런 일들을 겪고 난 트라우마를 제대로 극복을 못하고 세월이 한참 지났지만 이제야 곪을 대로 곪은 것이 터졌다고 전 생각했습니다만 이제 정말 두 패로 갈라져서 싸우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전 책을 좋아하고 마구 쌓아놓지만 외계인도 아니고 어느 편도 아닙니다.

 

저 가족들처럼 둘러앉아서 그냥 옛날 일 겪은 것 얘기하듯이 잔소리하고 퉁박은 줄지언정 기름장 갖다주고 책으로 집을 꽉꽉 채우든 말든 넉넉히 이해해주는 할머니처럼 또 종편 좀 그만 보라고 말하면서도 할머니와 함께 살고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사는 손녀딸처럼 어우러져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저들의 식사가 잘 끝나지 못한 게 아마 아직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게 많다는 뜻이겠죠?

 

삼겹살 먹다가 심각해지는 이야기 한번 읽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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