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과 사랑의 상관관계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감가상각 (작가: 자우, 작품정보)
리뷰어: 피커, 18년 9월, 조회 77

그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면 사랑이고, 더 이상 울 수 없을 때 사랑이 끝난다.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감가상각>을 읽고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라고 쓰게 웃었네요.

 

감가상각. 더없이 잘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사랑도 색이 바래요. 오히려 자주 꺼내서 되새겨 볼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 신기한 경험까지 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눈물도 안 나고요. 그래도 가끔씩 쿨타임이 돌 때면 울긴 하는데…… 이제 걔 생각을 해도 눈물이 안 나오는 그 상황 자체 때문에 우는 것이거나, 아니면 잊어먹고 있던, 아직 덜 소모된 기억이 하나 생각나면 눈물 겨우 한두 방울 떨구고. 대략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요.

그리고 그때쯤 되면 더이상 울음이 일상적인 일은 아니게 돼요. 이 글은 그걸 아주 잘 내보이고 있어요. 단정한 문체와 서정적인 단어들과, 대사 없이도 정갈하게만 느껴지는 글의 흐름과, 읽는 이들의 마음 한켠의 기억에 기대서요.

 

감성적인 감상 같은 걸 더 적어봐야 작가님도 리뷰를 보시는 분들도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저의 tmi만 풀게 될 것 같으니 본 글의 내적인 이야기나 좀 해보겠습니다.

 

크게 보면 이 글의 포인트는 세 가지로 보입니다.

우선 다루고 있는 감정선이 아주 섬세해요. 주인공은 짝사랑을 하다가, 사랑을 쟁취하고, 사랑에 실패해 힘들어 하다가, 결국 힘들지 않게 됩니다. ‘힘들어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극복이라고는 말 못하겠고요. 어찌됐든, 이렇게 나열하면 그냥 흔한 사랑 이야기지만, 세상에 흔한 사랑이 어딨겠어요. 자신들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보통의 흔한 연애잖아요. 당사자한테는 진짜 죽을 것처럼 아픈 거죠. 이 글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그 감정을 아주 잘 건드리고 있습니다. 아주 슬쩍슬쩍 건드리다가 훅 하고 오기도 하는 것이 글로 할 수 있는 공감으로는 최상이라 할 만했어요.

 

두 번째로 문장.

난삽하지 않아요. 대사도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쭉 풀어가는 구성인데도 겹치는 단어가 없고, 잘 못 쓰인 단어도 없고, 그러면서도 가독성이 아주 좋았어요. 한 문단의 길이가 이렇게 긴데도요. 어렵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단어. 글쓰는 사람한테는 꿈같은 말이네요. 값싼 고급 같은 느낌인가…….

 

세 번째로 몰입감이네요. 음, 글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재에서 시작해, 적절한 소재들로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그 과정이요.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가 남의 연애상담이고, 제일 재미 없는 것 중 하나는 남의 이별 한탄인데 이걸 가지고 이만큼이나 공감하게 하고 읽는 사람을 감상에 빠져드는 그 솜씨가 놀랍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이 좋았어요. 차라리 이별에 계속 아파할 수 있었다면 그걸로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떠밀려 와버렸어요. 이제는 슬퍼하고 싶어도 슬퍼할 수 없는, 잔해처럼만 남은 감정. 추억이 아니라 기억이 되는 그 먹먹함. 아니, 먹먹함조차도 아니에요. 단순히 그렇게 돼버린 사실인 거죠. 저는 글로 이러한 것들을 이만큼이나 섬세하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나 글이란 건 위대했어요. 그걸 보여주신 작가님에게 감사를 보내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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