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을 홍차에 찍어먹을 날을 기다리며 공모 브릿G 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겨울 이야기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8월 18일, 조회 92

* 자유 게시판에서 작가님이 생각못한 부분을 지적해주시는게 좋다고 하셔서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적습니다.

 

이 소설은 일단 어떤 분위기, 작품 특유의 감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몇 몇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소설 같다는 것이 아니고 그처럼 뭔가 그 작가 특유의 분위기라는 걸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일상적이고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도 웬지 자꾸 읽게 되는 그런 이야기. 다 읽고 나면 고여 있는 색다른 감수성의 여운. 사실 그런 것은 작품에 서린 안개 같은 것이라 말로 표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음식으로 치면 향기 같은 것이고 ‘어떤 문화’에서만 느껴지는 독특함 같은 것 , 말 그대로 느낌이라서 직접 체감해보지 않으면 명확히 그게 뭔지 제 3자로부터 전달받기 어려운 그런 것. 그게 있다. 아직은 풍성하진 않고 약간 옅은 느낌이긴 하지만 분명히 있다.

사실 리뷰를 쓰면서 고민인 것이 작품을 처음 읽고서 이해 못한 부분에 대해서 쓰는게 좋은가하는 점이다.  (나의 이해력 부족인데 모두가 그럴 거야라고 단정 짓고 그렇다고 우기는 건 아닐까?) 다시 읽고 또 읽어서 이해가 된 다음의 감상을 가지고 리뷰를 써야 하는 게 옳을까 사실 이 부분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 독자가 작품 하나를 두 번 세 번 읽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하면 처음 소설을 읽고 났을 때 얻은 독자의 감상평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기다 적어본다. 최소한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혼란이 아니라면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되리란 생각에서다.

 

* 처음 읽었을 때 오독 부분(혼란을 느끼고 싶지 않은 독자분들은 건너뛰어주세요. 개인적인 오독일지 모릅니다.)

 

 

난 이 작품을 여러 번 읽었는데 사실 처음 읽었을 때는 약간 어리둥절한 면이 있었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거지? 결말 부분의 은혜의 결단은 이해했지만 뭔가 더 심오한 게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작품 특유의 감수성이 마음에 들었고 잘 이해하지 못한 그들의 대화가 뭔가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다시 읽었다. 그리고 리뷰를 써봐야겠다 생각하고 또 한번 읽었다. 여러 번 읽고 나서야 알 것 같았지만 여전히 내가 오독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이 작품은 좀 세심히 들여다봐야 진가가 보이고 문장들의 이면에 숨긴 다른 것을 상상할 줄 알아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문장을 씹으면 씹을수록 읽고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작품의 참맛이 배어나온다고 해야 될까?

 

크리스마스날밤 눈이 내리고 철야를 마치고 새벽 3시 47분에 홀로 깨어 눈을 바라보는 사람의 고즈넉함 같은 것을 표현한 첫 문단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문단의 마지막에 있는 문장이 좀 거슬렸다. ‘입가에서는 -분명히 페에서 나왔을 법한 – 김이 모락모락 솟았다.’ 이 문장은 뭔가 어색하고 전체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입김을 다르게 표현했으면 그 분위기가 확실히 깔끔하게 마무리가 됐을 것 같다. 입김이 페에서 나온다는 건 어린에도 아는 이야기인데 페에서 나왔을 법하다는 문장을 왜 썼을까 한참 고민했으니까 말이다.

 

별표 3개로 문단을 구분지어 놓은 것에서도 약간 혼선이 있었는데 꿈과 꿈 아닌 부분을 구분짓거나 시간 흐름이 확 달라지는 부분에서 구분지어 놓은 건 좋은 것 같은데 그게 아닌 지점들에서 구분지어 놓은 이유는 뭘까 좀 의아했다. 내 경우엔 그 구분선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했다.

 

 

파스타를 입에 집어 넣기 시작했다.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을 다 먹고 나서 (후략)

 

 

엄마는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한 적이 예전에도 몇 번 있었다.

 

***

 

“아참, 그러고 보니 세민이 있잖아 (후략) ”

 

무신론자라서 신에게 걸고 맹세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

 

시간을 들여 깔끔하게 비우고 나서, (후략)

 

 

“당연하지, 그러려고 돈을 버는 거잖아. 오늘은 휴일이고 시간도 많으니까, 천천히 먹자. 알겠지?”

 

***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세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숟가락을 들어서 스프를 마시기 시작했다.

 

내 엄마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세민이는.

 

***

 

“최근에 부대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편 보았는데 말야, 거기 나온 여주인공이 왠지 너와 닮은 것 같아.”

 

이 부분들은 바로 연결지어도 무난하고 그냥 문단 정도 사이 공백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말이다. 시간을 점프하거나 회상 또는 꿈으로 들어가는 부분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인데 굳이 흐름을 왜 끊어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싶다.)

 

아주 뜨겁게 사랑한 적 없는 사이, 어릴적부터 친구였고 가벼운 데이트를 하는 정도의 풋풋한 연인이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스물 여섯의  어느 겨울날 다시 만나서 나누는 대화들, 서로 달라진 삶에 관한 이야기, 영화와 책에 대한 이야기 등 그들의 대화는 꽤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대화법이다. 세민이 군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특이해 보이는 대화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의 사회, 양성애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앞부분의 예감적인 꿈의 암시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도 좋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이 꽤 마음에 든다.

 

간밤에 꾼 꿈 이야기는 본인 외에는 지루한 법인데도 그걸 잘 들어주는 남자, 함께 영화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사실도 그냥 일상적인 대화로 치부할 수 있는 관계, 나는 세민과 은혜의 미래가 세민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헸지만 은혜의 생각은 다르다.

관습적이고 싶지 않은, ‘언젠가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고 싶은’ 은혜의 선택이 <겨울이야기>의 여주인공 같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나도 마음속으로 주인공들에게 속삭인다.

‘너희 둘 오래 오래 행복해’

 

알 수 없는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정말 올바른 선택이 가능한 걸까?  때로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의 어떤 것을 추억으로 밀어넣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추억과의 결별. 그런 것이 결정되는 순간.

남과 다르다는 걸 뼛속 깊이 체감하는 자는 남과 다르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법이고 그런 것에서 자유로운 자는 더욱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에 자유롭게 충실할 수 없는 자와 자유롭게 욕망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자의 이야기라고 이해해도 될까?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것 말고 앞에서 깔아둔 암시들을 뒤에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길 좋아하며 잘 풀고 적용시켜서 작가가 숨긴 의미를 이끌어내길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소설이다. 나는 아직도 문장들이 감춰둔 의미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이것은 감상평이라기보다 아직 독서중인 자의 중얼거림이다.

 

근데 ‘내 모자를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어’는 무슨 뜻일까? 단순한 의미일까 아니면 뭔가 은어 같은 걸까?  문장 그대로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는 뜻 뿐인 걸까? 이런 식의 중얼거림을 계속해보는….

입안에서 오래 궁글리다 보면 문득 깨달아질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홍차에 살짝 적셔진 마들렌을 입안에서 부서뜨릴 때 그 마들렌의 맛에서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을 갑자기 떠올리듯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릭 로메르가 만든 영화 <겨울이야기>(1992년작, 프랑스)

세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모두 섭렵하신 분이라면 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쉽게 와닿을 듯하다. 이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들과 일맥상통하는 무엇이 이 작품에 녹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위 세가지를 읽다 말았거나 보지 못한 작품들이라 이 정도 리뷰 밖에는 쓸 수가 없다.

완전한 오독이 아니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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