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댕댕이님들이 계셔…!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개님은 공무 수행 중! (작가: 서은채 사용안함, 작품정보)
리뷰어: 키르난, 18년 5월, 조회 55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죽었습니다.

죽고 나서는 편히 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왜 죽어서도 서류 작업을 해야하나요. 몇 번이고 줄 서서 서류 접수와 반려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하나 했더니 선행 점수도 악행 점수도 아슬아슬하게 모자라서 천국도 지옥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떨어집니다. 연옥이 아니라 강아지천국으로요.

강아지천국이 아니라 개님들의 천국이라 높여 부르는 담당 천사는, 이 곳이 “일생을 훌륭하게 보내고 돌아오신 개님들이 환생문으로 넘어가기 직전 잠시 머무는 휴식처 같은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단언합니다. 개지옥은 없으며, 세상에 나쁜 개님은 없다고요. 그리고 700쪽 넘어 보이는 기본사항 책자를 건넵니다.

아주 작은 그 세계는 가로등이 있는 광장과 그 주변의 개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업무는 매일 저녁 7시에 가로등 점등, 새벽 7시에 소등하는 것이며 개님들을 잘 모시는 것이 새로이 강아지 천국의 담당자, ‘댕댕이 민원 관리인’이 된 나의 주요 업무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화장실이랄게 없으니 개님들은 편한 곳에 분변을 놓으며, 그걸 치우는 것이 또 다른 업무라는군요.

그럼 강아지, 개님, 댕댕이님들은 이 천국에서 무엇을 하느냐. 공무수행을 합니다. 그것이 어떤 공무수행인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 겁니다.

그 곳은 댕댕이들의 천국이고, 그곳에 들어온 단 하나의 인간은 관리인이자 민원 접수인으로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개님들의 천국은 인간의 악의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존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그 삶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니까요. 그건 댕댕이들 뿐만 아니라 유일한 인간에게도 해당될 겁니다. 700쪽의 기본 사항은 댕댕이들의 견(犬)적사항을 포함합니다. 그것을 읽고 난 주인공이 댕댕이와 교감하는 장면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게 댕댕이를 좋아하느냐 물으면 잠시 고민한 뒤 댕댕이보다는 고먐미를 더 좋아한다 대답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애정을 담아 밝게 웃는 댕댕이들의 사진을 보면 그 기쁨이 전염되어 같이 웃게 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절로 웃게 만드는 웃음전염의 마법이지요. 이곳의 개들은 그런 웃음과 기쁨을 되찾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전임 관리자나 현직자나 마찬가지로 댕댕이들의 공무수행을 도와 그 선행을 쌓은 공로로 천국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곳은 댕댕이들의 천국이지만 인간에게 상처입은 이들에게도 또한 천국일 겁니다. 꼬리 흔드는 댕댕이의 묘사를 읽으면서 저 역시 그 천국에서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부디 보내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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