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하가 죽지 않은 여름 공모(감상)

대상작품: 네가 없는 여름 (작가: 헤이나, 작품정보)
리뷰어: 냉동쌀, 2시간 전, 조회 2

죽음은 왜 슬플까요? 그것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이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깊은 관계를 맺어오던 누군가와 떨어지는 일은 언제나 아쉽기 마련이죠. 그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헤어짐의 순간이 찰나에 불과하다고 하여도 말입니다. 심지어 그 이별이 찰나가 아니라면, 일주일, 한 달, 1년, 10년……어쩌면 수십 년의 세월까지, 그 기다림은 가혹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원한 이별은? 누구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했던 이와의 이별이 한 순간을 지나 영원한 기다림의 시작이라면? 죽음은 바로 그러한 이별입니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이 별, 즉 엘리우네의 사람들은 바다 생활에 적합하게 진화한 일종의 인어처럼 묘사되는데, 바다가 갖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생명의 근원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언급되는 것처럼, 인간 또한 태초에는 바다로부터 기원했고요. 이 점에서 지구의 사람과 엘리우네의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지적 생명체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고, 어쩌면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 사랑에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주인공 민혁은 엘리우네에선 이방인입니다. 엘리우네의 사람들이 지구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모습은 묘사되지 않지만, 둘 사이에는 물리적인 울타리가 놓여 있습니다. 엘리우네의 태양은 너무나도 뜨거워서 지구의 사람들이 견디기 쉽지 않고, 엘리우네의 사람들이 편안해하는 환경인 물속은 지구의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심지어 시간조차도. 엘리우네의 사람들은 밤에 더 잘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묘사는 어쩌면 그들이 야행성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사랑은 본래 이러한 장애물이라는 역경을 이겨낼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법이라고들 합니다. 시간의 역경은 유르하에 의해서, 태양의 역경은 민혁에 의해서 각각 분쇄됩니다.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시도이면서, 서로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이 ‘가까워짐’은 물리적인 거리인 동시에 감정적인 거리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끝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바다입니다. 유르하는 민혁이 바닷속으로 들어와 주길 바라지만, 민혁에게 그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민혁에게는 이방인이라는 벽 또한 남아있습니다. 서로를 가로막는 것만으로도 서러울 텐데, 이 벽은 심지어 두 사람을 밀어내기까지 합니다. 그는 부모님을 따라 곧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입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이별은 그 자체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죽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그 답은, 죽음과 정반대되는 속성인 생명을 통해서, 가 맞지 않을까요. 즉, 민혁에게는 동시에 죽음을 의미하는 바다를 완전한 생명의 의미로 탈바꿈시킨다면, 그들의 죽음은 극복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르하는 민혁을 생명이 가득한 바닷속으로 인도합니다. 맑고 투명한 바닷속을 유영하면서, 민혁은 숨이 막혀옴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유르하는 사랑의 형태로 그의 죽음을 쫓아내 줍니다. 유르하와 함께 있다면 민혁에게 바다는 죽음의 공간이 아닌 오롯이 생명의 공간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죽음이 극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가혹한 이별을 생명의 순간으로 바꾸어 놓았을 때, 두 사람은 알지 못했겠지만 그들의 재회는 이미 예정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민혁은 여전히 이별을 슬퍼했고, 유르하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도 가져오지 못한 채 지구로 돌아와 살아갑니다. 어른이 된 그의 삶은 무미건조하고, 차갑고, 마치 배우자와의 사별을 겪고 홀로 남은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작품의 첫 부분에만 나타날 뿐, 유르하로부터 생명을 받아낸 이후에는 잘 묘사되지 않습니다. 재회가 확정된 그들에게 있어 그런 모습은 군더더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유르하는 이방인이라는 장벽조차 넘어 지구로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유르하가 이방인이 될 차례입니다.

유르하가 지구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그것을 위해 민혁이 어떻게 그의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줄 것인지는 이제 독자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에 관한 아무런 서술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유르하가 그랬던 것처럼, 민혁 또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를 지켜주리라는 것을 말이죠. 두 번 다시는 그렇게나 가혹한 이별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르하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려진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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