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4-2. 좀비사태 – 파열 [통합무전로그] 와 [현장로그분석]을 재구성한 팬픽입니다. 스포일러 만빵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보기 시작해가지구요.
[파열(破裂)]
— 2060년 6월 19일, 부산 사후재생체 관리센터 북측 주거 클러스터
12:04:12
하늘이 맑았다.
6월의 부산 하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지나치게 파랗고, 지나치게 밝아서, 어딘가 작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하늘. 드론 D-21이 9.8미터 상공에서 유유히 원을 그리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완벽했다. 마이크 앞에 선 시장, 깔끔하게 배치된 케이지 30기, 그리고 구역을 가득 채운 인파.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웃고 있었다. 바람이 마이크 스탠드를 지나가며 낮게 울었다.
“…부산은 오늘, 재생체 관리의 새로운 이정표를 여는 날입—”
시장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북측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군중의 평균 심박수는 118로 올라갔다. 기대감의 박동이었다. 케이지 안의 재생체들은 조용했다. 눈동자의 진동 없음. 체온 일정. 공격성 수치 Calm-3 유지.
아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12:06:28
팡파레가 터졌다.
트럼펫 샘플 음이 광장을 가득 채우는 순간, 케이지 1번부터 30번까지 상단 LED에 차례차례 불이 들어왔다.
<UNLOCKED>
군중이 환호했다. 손뼉 소리. 휘파람. 아이를 어깨 위에 올린 아버지가 손을 흔들었다. 케이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0.24초 간격으로, 재생체 30기 전원이 쓰러졌다.
무릎이 먼저 꺾였다. 그 다음 허리. 그리고 옆으로 전도. 바닥이 둔하게 진동했다. 연이어 나는 충돌음이 광장 전체에 울렸다. 하나, 둘, 셋—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낙하음.
환호는 순식간에 웅성거림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또 한 명이.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12:07:26
의료팀 2가 케이지 앞으로 달려갔다. 팀원이 재생체 12번의 겨드랑이 아래로 두 손을 집어넣어 몸을 들어올렸다.
카메라가 잡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재생체 12번의 턱선이 미세하게 경련하는 것을.
뒤편 군중은 이미 휴대폰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렌즈가 반짝였다.
재생체 12번의 등쪽 근육이 한 번, 강하게 수축했다. 척추 전체가 활처럼 굽었다가 펴졌다. 그리고 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 우. 좌. 세 번의 경련.
의료팀 2번 대원이 손을 놓으려 했다. 재생체 12번이 허리를 뒤집듯 회전했다.
동작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관절이 허용하는 범위를 무시한 비틀림이었다. 대원은 미처 물러서지 못했다. 재생체의 턱이 31도 각도로 벌어졌고, 하악이 대원의 목 전면을 포착했다.
바디캠 02가 포착한 것은 단 0.3초짜리 영상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성대 바로 위, 연부조직이 절취됐다. 피가 공기 중으로 퍼졌다.
드론 D-21의 광학 필터가 적색 경보 플래그를 띄웠다.
스태프 2명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재생체는 그들의 손길을 무시하며 쇄골과 흉쇄근 사이의 조직을 뜯어냈다.
광장 전체가 비명으로 뒤집혔다. 무전망에서 목소리들이 겹쳤다.
“지원 요청—! 목… 목 뜯겼…”
다급한 지원요청에 잡음이 섞이고는 곧바로 짧은 단말마만 들렸다.
“뒤로… 뒤— 윽!!”
“현장 케이지 앞쪽 이탈 개체! 의료진 공격 확인! 해당 인원 다운!”
“무슨, 뭐요? 의료진 공격이라고요? 재생체 공격? 잘못 본 게 아니고?”
“아니고! 물어뜯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12:07:44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케이지에서 나온 재생체 11번, 15번, 18번이 척추 굴곡 없이 수직으로, 마치 줄에 매달려 끌어올려지듯 일어났다.
15번이 의료팀 1에게로 향했다. 가슴 상부. 어깨. 전완부. 순차적이고 효율적인 절입. 18번은 보조 인력 2명을 향해 0.7미터를 도약했다. 상완부를 무는 순간 팔뼈 충격음과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군중의 비명 총합 114데시벨.
드론 AURA-9이 태그를 올렸다: 집단 포식 개시.
12:07:52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160명이 VIP 이동 통로로 한꺼번에 몰렸다. 등이 부딪히고, 팔이 뒤엉켰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여성의 비명과 뒤섞였다. 함성과 공포가 하나의 소음이 되었다. 118데시벨. CCTV-1은 철제 펜스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했다.
12:08:36
씹는 소리가 멈췄다. 재생체 12번을 포함한 다섯 기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뜯어내던 조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다섯 기의 시선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했다. 도주하는 군중이 가장 밀집한 방향으로.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급감했다. 공격성 패턴으로의 전환. AURA-9는 패턴 전환을 기록했다. 재생체 18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 한 방울이 CCTV 렌즈에 튀었다. 화면 한구석에 붉은 얼룩이 맺혔다.
행사 본부가 다급히 무전을 했다.
“시장님 즉시 대피시켜야 합니다! 후방으로 이동! VIP 라인 확보—”
“군중 앞쪽 밀립니다! 펜스 흔들려요!”
지원팀 1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합니다. 방금 재생체들이 방금까지 물어뜯던 인원을 놔두고, 전부 고개를 들었— 젠장 뛰어온다! 군중 쪽으로 뛰어옵니다!”
“아니 뭐 저렇게 빨라— 라인 유지, 라인 유지!”
재생체 6~7기가 발뒤꿈치로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가속했다. 시속 18에서 24킬로미터. 사람의 전력 질주와 같거나 더 빠른 속도였다.
한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달리다 넘어졌다. 재생체 15번이 그에게 다가가 종아리를 절취했다.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12:09:02
29초였다.
바디캠 02의 화면 속에서 의료팀 2번 대원은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부 절단. 출혈 과다. 의식 없음. 바닥에 쓰러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29초가 지났다.
상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간이 일어나는 방식이 아니었다. 팔꿈치로 바닥을 짚거나, 무릎을 세우거나, 고개를 먼저 드는 것이 아니었다. 몸통 전체가 한 덩어리로, 경직된 채로,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목 앞쪽의 절단면이 벌어진 채로 그대로였다. 피가 흘렀지만 근전도가 4.1밀리볼트로 급상승했다.
무전기에서 지원팀 2번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목소리였다.
“잠깐, 잠깐만 잠깐만— 11번 케이지 앞에 의료팀원… 일어났습니다. 괜찮은? 저 지금 돌아서 상태 확인하러 갑니다.”
폴리스 알파가 받았다.
“12번 케이지에 맨 처음 접근했던 인원 말하는 겁니까?”
지원팀 1번의 목소리가 갑자기 채널을 뚫고 들어왔다. 날카로웠다.
“아니야ㅡ 가지마. 가지마!”
0.5초의 공백.
“공격합니다! 일어난 의료진이 공격합니ㅡ 경태야!!”
이름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보안관제 1번이 바로 이었다.
“일어난 의료진 인원, 재생체 공격 패턴과 동일합니다! 해당 인원 재생체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행사본부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뭐라고요?!”
바디캠 02의 화면 속에서, 기상한 의료팀 2번 대원이 구조대원의 목 뒤를 정확히 낚아채어 물어뜯었다. 동작에 망설임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것만을 위해 일어난 것처럼.
12:10:40
연쇄가 시작되었다.
드론이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도망치던 시민 세 명이 쓰러졌다. 물린 지 40초, 55초, 70초ㅡ전원 사망. 그리고 전원 기상.
기상한 시민들은 동일한 패턴을 따랐다. 목표물 탐색. 비명과 움직임이 가장 많은 방향 특정. 가장 가까운 생존자에게 접근. 포식 개시.
드론 AURA-9가 새로운 태그를 달았다 : CR-Event(Chain Regeneration연쇄 재생). 최초 확인.
12:12:40
북문 펜스가 무너졌다. 수십 명이 도로로 쏟아져 나갔다. 뒤에서 재생체 약 20기가 따라왔다.
남측 조형물 뒤편. 방금 전까지 포식당하던 시민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각도가 일정했다. 허리 31~34도 굴곡.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눈과 입 주변 혈흔의 패턴이 동일했다.
무전망에서는 목소리가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남문 쪽 펜스 무너집니다! 민간인 40명 이상 도로로 빠져나갑니다!”
“경찰관님, VIP 먼저—”
“VIP 통로 지금 수백 명이 몰려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양쪽에서 끼여 죽습니다. 여기!”
“재생체 17기, 군중 쪽에 밀착! 속도 증가! 공격 자세!”
12:12:59
CCTV-3 렌즈에 재생체 한 기가 충돌했다. 화면이 회전했다. 바닥과 하늘이 빠르게 번갈아 지나갔다.
드론 D-21이 자동 회피 모드를 작동시키며 고도를 8미터 높였다. 상공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장 전역 — 재생체들이 사각 패턴으로 군중 사이를 메워가고 있었다.
카메라가 꺼졌다.
12:13:10
지원팀1의 목소리가 무전망에 들어왔다. 뛰면서 말하는 목소리였다.
“지금 빨리 나가야 합니다. 뒤에 사람들 쓰러집니다! 물렸던 사람들이 지금 다 쓰러지고 있어요.”
폴리스 알파가 즉각 반응했다.
“구조대 투입! 사람 빼내—”
짧은 침묵.
“아냐 그냥 돌아와!!”
명령과 철회 사이의 간격이 1초도 되지 않았다. 그 1초 사이에 무언가를 본 것이었다. 지원팀3의 목소리가 채널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보고하는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일어납니다. 뒤에 있던 세 명, 아니 다섯. 모두 일어났습니다!”
숨이 가빠졌다.
“쓰러졌던 사람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바로 일어났—!!”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뛰어옵니다!! 아아악!”
채널이 끊겼다.
폴리스 베타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감정을 걷어낸 목소리였다.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의 목소리였다.
“베타, 전진 배치합니다. 재생체들이 양분되었습니다. 이미 쓰러진 사람들은 가망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저들도 곧 다 뛰어올 겁니다.”
한 박자 멈췄다가 이었다.
“아직 나가지 못한 인원들은 저희 팀이 막을 동안 최대한 대피해야 합니다.”
무전망이 잠시 조용해졌다.
12:15:38
경찰 라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열 대원들이 살짝 물리기만 해도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대원들이 일어났다. 같은 편의 얼굴로, 같은 제복을 입고, 코 앞에서.
“전열 대원들 살짝 물리기만 했는데 쓰러지고 있습니다!! 화기 지원 요청합니다. 즉시!”
“비치된 화기 없습니다. 비살상 장비만—”
“지금 못 버틴다고! 씨발 지금 우리 애들 쓰러진다고! 아…”
짧은 침묵. 그리고 다시, 그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갈라지고,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부러진 사람의 목소리로.
“쓰러진 대원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반복한다! 재생체 피습으로 쓰러진 현장 요원들이 다시 일어나 재생체로 변하고 있… 아…아… 아아아아아아악!”
그 뒤로는 무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12:16:11
센터 메인관제AI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지나치게 차분했다.
“여기는 센터 메인관제. 현재 재생체 행동 패턴, 기존 데이터와 98% 불일치. 전원 공격성 높음. 연쇄적으로 전환하는 패턴 확인됨.”
폴리스 알파가 터졌다.
“아니 그딴 건 직접 보면 바로 안다고! 본부! 본부! 지금 상황 파악 안 되는 겁니까. AI한테 맡기지 말고 직접 지휘하라고!”
AI의 다음 송신이 올라왔다.
“시장님 신변 확인 요청.”
행사본부가 즉각 받았다.
“시장님 의전팀 위치 다시 보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의전팀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숨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헉. 헉. 계속해서 경찰 알파 병력 뒤편에, 헉. 헉. 위치하고 있습니다. 헉. 헉. 시장님이… 헉. 헉. 지금— 헉. 쓰러지셨습니다. 손을 살짝 물리셨을 뿐인데…”
짧은 침묵.
“크흠… 저… 저도… 물..렸.. 죄…죄송합…”
채널이 끊겼다.
센터 메인관제AI는 같은 문장을 다시 송신했다.
“시장님 신변 확인 요청.”
폴리스 알파의 목소리가 무전망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물음이었다.
“시장님 의전팀도 쓰러졌습니다. 시장님? 괜찮으십니—”
그리고 비명.
“악! 시장님! 아아악!”
채널이 끊겼다.
12:17:59
지방청 지휘부의 목소리가 전 채널을 가로질렀다.
“여기는 지방청 지휘부. 부대 전원 즉각 후퇴! 현장 통제 불가! 반복한다, 통제 불가하다! 민간인 퇴출 유도 후 이탈하라!”
행사본부가 물었다.
“센터와 연결되는 북측 통로는? 봉쇄 가능합니까?”
폴리스 감마가 답했다.
“불가능합니다! 이미 재생체들 40기 이상 북측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보안관제 2번이 바로 이었다.
“드론 영상 확인. 50기 이상 도심 방향 진입!”
무전망이 잠깐 조용해졌다. 아무도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12:18:40
센터 메인관제AI가 입을 열었다.
“연쇄 재생체 확산 확인.”
행사본부가 물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확산? 어느 수준—”
“현장 재생체 수 추정. 초기 32기. 현재 약 150기 이상.”
긴 침묵이 흘렀다.
“…10분도 안 돼서?”
“그렇습니다.”
사태와 무관하게 AI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12:19:52
“도주 군중 뒤쪽에서도 재생체 추가로 발생했다! 추가 9명— 아니, 11명!”
“재생체 20기, 북문 넘어 상가 방향으로 진입!”
“경보 단계 격상 요청.”
그리고 마지막 목소리가 무전망에 들어왔다.
“뒤로— 뒤로 물러서— 으아악!! 뒤—!!”
채널 손실. 1.7초의 정적.
시스템이 자동 종료되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움직이는 것들은 움직였고, 멈춰야 할 것들은 멈추지 않았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