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인생샷 하나를 위해 주말을 바치는 하은, 판매 사진을 위해 새벽 동대문을 뛰어다니면서도 포토샵으로 근육을 지우는 민지. 두 사람이 그 ‘인생샷’을 위해 수상한 가오픈 카페(?) ‘고블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곳은 카페라기보다 정말 원시인이라도 살 것 같은 동굴처럼 생겼고, 횃불까지 있습니다. 이들이 보물을 훔친 대가로 고블린이 되어버리는 순간, 이 소설 장르가 호러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장르를 잘못 봤나, 하고 다시 스크롤을 올렸죠.
“그래서 아직도 팔로워가 500명밖에 안 되는 거야.” 누군가 스쳐가며 던진 이 한마디가 하은의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는 묘사만으로도, 이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 관한 소설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그다음부터입니다.
두 사람은 동굴 같은 카페(??) 안쪽에서 금은보화를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손에 쥐고 나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거울 앞에서 비명을 지릅니다. 녹색 피부, 뾰족하게 솟은 귀, 금빛으로 변한 눈동자. 가게 이름 그대로 ‘고블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그 가게를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입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주인가, 벌인가. 처음엔 당연히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소설은 독자의 예상을 조용히 비껴갑니다.
녹색 피부에 뾰족한 귀, 작아진 키. 사회가 요구하는 ‘예쁨’에서 가장 멀어진 순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됩니다. 민지는 “텍스처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질감이거든. 게다가 금빛 눈동자도 너무 좋아. 렌즈로는 이런 느낌 못내거든.”이라며 목도리를 벗어 던지고, 하은은 “굳이 남한테 보여줘서 팔아야 해? 내 마음에 딱 드는데”라고 말합니다.
인간 음식을 거부하고, 물질이 아닌 감정과 생명력을 먹고 사는 새로운 존재로 변해가면서, 두 사람에게서 조금씩 다른 무언가가 생겨납니다. 돈도 필요 없어졌겠다, 평생 보정하고 숨기고 관리해온 자신의 몸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반짝이는 게 너무 좋아. 감정도 좋지만 반짝임 자체가. 막 이미지랑 글이 마구 떠올라. 그거 집에 가서 좀 써볼까 봐.”
윤희가 쓴 웃음을 지었다.
“뭐, 고블린 자서전이라도 쓰게? 희소성 있긴 하겠다. 역시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구나. 뭐든 팔 거리가 있네.”
하은이 금빛 눈을 반짝이며 의아하다는 듯 윤희를 보았다.
“아니. 그냥 내가 보려고. 왜 굳이 남한테 보여줘서 팔아야 해? 이미 내 마음에 딱 드는데.“
‘벌 받아서 괴물이 된’ 이야기인지, ‘드디어 자유로워진’ 이야기인지. 읽고 나서도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둘이 만족스러워 보이니 된 거겠죠?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던 작가님도 이들처럼 반짝거리고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