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를 행하겠느냐 비를 행하겠느냐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은효(隱曉) – 제법승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마녀왕, 18년 5월, 조회 82

공부를 많이 하셨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워낙 글을 잘 쓰시는 것으로 유명하신 만큼, 글을 탄탄하게 해주는 배경 또한 놓치지 않는 모습이 역시 고수시군요!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무기로 삼아 독자들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신나게 읽던 도중, 저는 한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분명 노스님 생전에 같이 수행하던 형제 같은 이들이었으나, 그들이 다름에 배척하며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서술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 차례 읽는다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겠지만,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만일 퇴고하신다면 이 부분을 좀 더 풀어주시면 어떠실까요?

 

이런저런 훌륭한 묘사들이 있었지만 저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손을 뻗는데, 손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그저 이름 모를 흰 새의 날개 같았다. 그 날개의 형태 아래로, 불면 날개 아래 솜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손가락이 소매 밖으로 드러났다.’

우아함을 상징하는 ‘흰 새’라는 개념을 요괴에게 넣고, 손을 날개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선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간 화룡점정의 비유를 넣으셨습니다.

‘드러난 손가락 위 손톱 아래에도 달이 있다. 작은 달들이 그저 반짝거린다.’

손톱에 달이라니! 그야말로 무릎을 칠 만한 비유입니다. 제 식견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비유가 참 신선했습니다. 소고기는 그 자체의 맛도 좋지만, 굽는 냄새 또한 그 즐거움을 더해주는 법이지요. 크흠, 전 비유에 소질이 없나 봅니다.

 

또한 몇몇 문장의 호흡이 꽤 긴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한 문장에 쉼표가 두 개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지요. 여기에 대해선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많은 말을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문장을 조금씩 끊어주신다면 작품이 조금 더 원활하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개인적 의견을 조심스레 드립니다. 사랑해요.

 

만일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요괴일 것입니다.

인용을 하고 싶은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네요 아까워라. 스포일러 인용은 되려나?

 

좋은 작품 감사드립니다. 아침부터 다이나믹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좋군요. 읽는 게 너무 즐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부탁드립니다. 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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