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속도감 넘치는 서스펜스 수작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컨피던스 트릭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비마커, 18년 4월, 조회 86

우선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작품 소개 때문이었다.

‘사기꾼을 배우로 고용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얼떨결에 살인을 부르고 만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재밌을 만한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는 소개 문구이지 않을까? ‘사기꾼’ ‘다큐멘터리 촬영’ ‘얼떨결에’ ‘살인’

 

‘살인’은 감히 말하자면 어떤 단조로운 스토리와 인물을 내세운 작품이라도 집어넣기만 하면 ‘이 작품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해주는 마법의 키워드이다. 사실상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범죄, 액션, 느와르 등등의 수많은 장르와 하위 장르는 ‘살인’이라는 키워드 하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떨결에’라는 말도 만만치 않은 마법의 키워드다. 특히 ‘살인’앞에 붙으면 효과가 배가 된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알 수 있다. ‘얼떨결에 살인을 저질러버렸다. 어떡하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떡하지’이다. 직접적으로 명시된 건 아니지만, 사람은 ‘얼떨결에’라는 단어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살인은 정말로 얼떨결에, 우연에 의해서 일어난 급작스런 상황이고, 주인공은 결코 살인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는 것. 그렇지만 금기를 범하고 만 주인공은, 이 상황을 능동적으로 모면하거나 감옥에 간다는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기꾼을 배우로 고용한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특수한 배경 상황이 제시되고, ‘사기꾼’이라는 특이한 캐릭터를 포함시킨다. 인물들을 속이고 거짓말로 상황을 조장할 수 있는 사기꾼은 스토리에 능동성을 부여해주고 플롯을 화려하게 만드는 캐릭터이다. 게다가 ‘타짜’의 인기만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에서 사기꾼은 주인공으로 삼기 좋은 직업이다(같은 범죄자라도 주인공이 아동강간범이었다면 독자가 확연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길게 설명했지만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하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가.’

이런 명확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해냈을까? 그러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한 후, 초반부분은 다소 실망이었다.

우선 솔직히 밝히자면, 이 리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0챕터는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어보면서 그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만큼,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파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잦은 단락 이동은 속도감보다는 부실함을 느끼게 했다.

0챕터가 휘발된 이상, 이 작품은 실질적으로 ‘9년 전’부터 시작한다(그러나 이것조차도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부터 시작하고 과거 회상으로 넘어갔어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굳이 하나 더 문제점을 꼽자면, 문장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이다. 직설적이고 간결한 문장 스타일은 충분히 숙련되어있지 않으면 ‘문장력이 부족하다’라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글을 계속 쓰다보면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야기를 짜는 능력이 뛰어나면 그런 단점 정도는 상관없어지기 마련이다(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필립k딕의 ‘사기꾼 로봇’이 생각났다). 역시 간결한 문장을 쓰는 호시 신이치도, 다자이 오사무를 예로 들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이런 재능에 정식으로 도전하는 것은 무리다 -악마가 있는 천국 中-’라는 이유로 문장은 간결하게 하고 이야기에 치중했다.

 

단점을 충분히 말했으니 장점을 말해볼 차례인 듯 하다.

다소 아쉬움을 주는 초반부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접어들며 이 작품은 굉장한 속도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 챕터가 넘어갔고 언제 단락이 띄워졌는지 의식하지도 못하고 읽어 내려갔다.

처음의 살인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과 다른 인물들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주인공은 점점 내몰리기 시작한다. 실험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배우 한 명을 연쇄살인범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것뿐인데, 그 행동이 주인공의 목에 목줄을 채우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주인공의 목줄을 질질 끌고 가는 사람은 감독과 살인범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내달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결말의 임팩트 또한 충분했다.

 

정리하자면,

잠시 시동이 안 걸리던 차가, 시동이 걸린 후부터는 바람처럼 달려 나가는 듯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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