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견, 그 두 종족이 그려내는 어드벤처 공모

대상작품: 너와 나의 이야기 (작가: 정혜성,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4월, 조회 19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가급적 글을 읽고 보기를 권합니다

 

 

 

 

꽤 오래 전에 본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중, 주인이 없는 사이 애완동물들이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

자기네들끼리 나름 터프한 여정에 올라 용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였는데, <너와 나의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는 글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글의 첫인상은 사실 미스터리장르에 가까웠지 않나 싶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내가 기르던 개가 나의 언어로 말을 하고 대신 내가 개의 성대를 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놈의 개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웬걸, 온갖 불만이 쏟아져나온다

거들먹거리면서 고작 몇시간 전까지 ‘주인’이었던 해럴드를 교육이라도 시키는 양 구는 태도에 사태의 심상찮음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이어서 해롤드가 경험하게되는 러브의 삶은, 생각 이상으로 다이나믹하다

매일 눈을 뜨면 개밥을 챙기고 타자를 두드리는 정도가 반복되는 해롤드의 일상에 비하면 당장의 생존권을 두고 기싸움을 하며 실리를 바득바득 챙겨야하는 견생들의 현재 라이프는 그야말로 ‘영화’같다

흔히 인간의 것으로만 여기는 대화를 해롤드가 개들과 하는 점들도 나름 흥미롭다

그냥 우가우가 배고프다, 밥을 달라 같이 단순한 의사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을 구성해 의견을 피력하고 협상을 하거나 뒤통수 칠 궁리를 하는 둥 나름의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상상 이상으로 진지한 그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제법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대사와 무거운 분위기에 조금 지칠 즈음 새로이 투입되는 대상과 그 인물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환기에 도움을 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스릴러인 줄로만 생각했던 글의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즈음부터 글이 멍멍이와 주인의 어드벤처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

권태기엔 시간이 약이라더니, 떨어져있는 사이 해롤드의 소중함을 깨달은 러브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이후의 내용은 다분히 투박한 클리셰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신체가 부서져라 주인을 지킨 개는 자기가 상처입혔던 주인의 마음에 진심으로 사과를 한 셈이었고 결국 둘은 얼마간의 살벌했던 모험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꽤 많은 폭언과 경솔한 발언을 듣고도, 그리고 그런 사건을 경험하고도 둘이 다시 이전처럼 해롤드와 러브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아마 그만큼 많은 순간을 공유한 사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조금 더 타이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글의 도입부에서 발음과 관련해 적어낸 문장은 자주 보지 못한 표현이라 그런지 눈길이 갔던 부분

마지막으론, 비록 러브가 앞으로 사람 말을 하는 일은 없을 듯 하나 기왕이면 행복하게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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