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주워오는 거 아니야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개가 먹은 발목 (작가: 갱백,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4월, 조회 30

일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개에 물려 사람이 사망했다던, 덕분에 인터넷 뉴스 댓글창이며 커뮤니티 관련글에서 아주 큰 고성이 오갔던 그 사건 말이다
그 뜨거운 현장에 직접 참가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개를 관리하는 사람이 조금 더 신경써야 한다는 쪽에 찬성표를 던지는 입장이었다

오랜 기간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있고 개의 습성이나 성향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습득되어 있으며 동물을 키우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경험치가 있는 편이다
때문에 단순히 <개가 먹은 발목>의 도입부만 보았을 적에는 나도 모르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앞섰다
이 개의 행동은 잘못되었다, 틀렸다 라는 판단이 부지불식간에 머릿속에 맴도는 순간 또 하나의 정보가 입력된다
개들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뉴스가 빈번하다는

무언가 이상하다
무는 성향이 있는 개들은 세상 어느 곳에나 있고 이와 관련한 사고는 썩 바람직하진 않지만 현실 속에서 매우 있음직한 일이다
거기다 종종 만나곤 하던 친구네 개가 어디서 벌겋게 물든 양말을 신은 사람다리를 물어왔다고 하지 않는가
이상하다
뭔가 꺼림칙하게 이상하다

혹시, 개들이 무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 행동이 옳고 그름 중 그름, 틀린 것이 아니라면? 의 지점에 다다르면서부터는 색다른 공포가 감지된다

그 순한 리트리버가 주인의 손길을 뿌리치고 정체모를 누군가를 덮치는 장면에선 현실적인 두려움이 더해진다
내가 키우는 개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고개를 젓게 되고, 흥분한 개가 상대를 공격하는데 사람의 힘으로 쉽게 제어할 수 없을 그 상황이 나에게도 올 수 있다 생각하니 끔찍하기 짝이 없다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보다 패닉을 겪을 것은 개에게 공격당한 대상이겠지만 말이다

이후 이어지는 전개는 굉장히 새롭다거나 놀랍거나 하지는 않다
관련 장르를 나름 즐기는 입장이어선지 호기심과 집중도가 높았던 초중반에 비하면 후반부는 ‘그렇구나’ 하며 넘기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를 느끼며 스크롤을 쭉쭉 내릴 수 있는 이유는, 똑 떨어지는 깔끔함이 배어있는 필력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이보다 무서운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주어진 단서들을 보며 예상한 그 일들이, 그 상황이 그대로 벌어진다면…

그리하여 내 발목의 안위를 잠시 걱정해본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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