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부분의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답답함 의뢰 브릿G추천

대상작품: 행성 에사드의 잊혀진 도서관에서 (작가: 바르데,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8년 3월, 조회 79

우주와 도서관. 제가 모두 좋아하는 소재들입니다. 그래서 처음 리뷰 의뢰를 받았을 때 이런 글이 브릿지에 올라왔었구나 하고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조금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우주와 도서관이 합쳐질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지구는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아마도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된 듯 하고, 주인공은 지구인이지만 지금은 레비아탄이라는 행성에 살고 있습니다. 은하에는 평화로운 연방이 있어서 만나는 문명들에게 기술과 지식을 전수해 주고 자원을 개발합니다. 갈등을 중재해 주기도 하죠. 아마도 온난화로 피폐해져 가던 지구도 연방을 만나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룬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어떻게 도서관이 어울릴까요. 이렇게 발달한 문명이라면 당연히 모든 정보는 디지털화 되어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화 된 정보를 저장하려면 물론 물리적인 서버가 필요하고 그 서버들이 위치한 곳을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열람하고 심지어 대출하는 과정은 아마도 필요 없을 겁니다. 자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여 멀리 떨어진 행성에 새로운 도서관을 짓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죠. 캐시 서버 같은 개념이라면 오히려 그럴 듯 하겠지만요. 처음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었어요. 왜 행성 간 워프를 하는 미래에 이런 방식의 도서관이 존재해야 하는 걸까.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우주를 여행하는 주인공은 연료 부족으로 어떤 소행성에 착륙하게 됩니다. 거기서 우연히 버려진 도서관을 발견하죠. ‘기억의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생명체는 남아있지 않고 로봇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사서의 기록을 대출한 주인공은 소행성에서 구조된 뒤 연방에서 제일가는 도서관이라는 성립 에사드 도서관에 대출한 자료를 반납합니다.

주인공은 왜 사서의 마지막 기록을 대출하고 반납하였는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겠죠. 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제게 주어진 임기가 종료되어 저는 도서관을 떠나지만, 기억의 도서관만큼은 계속 이 자리에 남아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지성의 알고 싶다는 의지가 영원히 이어지는 한.

주인공은 이 메시지를 에사드 도서관의 관장에게 직접 전하고 싶어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죠. 그럼 이런 추론이 가능할 듯합니다. 아마도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이 미래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알고 싶다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주인공이, 그리고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건 그 부분이 아닐까 하고요.

소설 곳곳에서 그런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일단 소행성의 도서관이 버려졌다는 것 부터가 그렇죠. <우주대백과사전>이 읽는 사람은 없는 장식품이라던가, 다른 사람의 말을 판단없이 믿어 버리는 ‘바나나피시’의 일화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명령만을 기다리는 인공 지능 로봇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죠.

이 미래 사회가 기술은 발달했지만, 혹은 너무 충분하게 발달해서,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의지가 사라져 버린 세상이라는 점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맨 마지막에서 사서의 마지막 기록이 밝혀지기 전에, 독자가 그런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그것이 이 소설의 주제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면 적어도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의 동기인데요. 주인공이 사서의 기록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지성과 지식을 추구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묘사되죠.

나는 내가 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여하튼 나는 기억을 대출해야 했다. 여기에 온 사람이 이제까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겹치고 겹친 우연으로 기억의 도서관에 왔기 때문에.

만일 주인공이 알 수 없은 충동에 이끌려 자료를 대출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지성을 추구하는 의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묘사도 있어야 겠죠. 그런 부분이 생략되다 보니 독자는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 하다가 마지막 부분을 읽고서야 고민을 거듭하며 추론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만일 제가 리뷰를 작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그냥 이해를 포기하고 말았겠죠. 사실 지금도 제가 주인공의 심리를 제대로 따라왔는지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소행성의 ‘기억의 도서관’은 왜 만들어졌는가

자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멀리 떨어진 행성에 새로운 도서관을 만드는 건 이미 말했듯이 납득하기 힘듭니다. 여기에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도서관을 방문한 주인공에게 로봇이 그걸 설명해 주려 합니다.

“…그 중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문서들, 정보들, 기억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 두기 위해 건설되었습니다. 여기서 “꼭 필요하지 않다는” 기준이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그 설명을 막아 버리죠.

“됐어. 대충 무엇을 위한 건물인지는 잘 알겠군.”

주인공은 정말 그 이유를 잘 알았을까요. 아마도 독자들은 모를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제일 답답했던 부분이죠. 그리고 왜 이름이 기억의 도서관인지에 대한 문답이 이어지는데, 그냥 우연히 지어졌다는 설명이 전부입니다.

작가님이 왜 이 부분을 이렇게 처리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가 원하는 정보, 어쩌면 소설을 이해할 가장 중요한 정보를 주지 않았고, ‘지성을 추구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료를 대출하고 먼 곳에 반납까지 했던 주인공의 행동과도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글은 제가 좋아하는 소재들을 다루었습니다. 그 소재들에 대한 묘사도 좋았어요. 광활한 우주를 홀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던가, 미지의 행성에 도착해 도서관을 발견하는 부분 등 내용을 떠나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성의 발달이 포화되어 더 이상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정적인 미래에 대한 부분도 좋았고 그럼에도 계속 지성을 영원히 추구해야 한다는 주제도 좋았습니다.

다만 그 주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고 계신 것의 일부만 보여 주셨다는 느낌도 들고요. 좀 더 짜임새 있게 정리된다면, 혹은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미래의 모습이 좀 더 자세히 묘사된다면 훨씬 멋진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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