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 문명의 중심에 고대 마야 원시인이 나타났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세 번째 삶 (작가: 시폰감자케잌, 작품정보)
리뷰어: 후더닛, 18년 2월, 조회 65

‘세 번째 삶’은 사이보그 주문 제작이 일상화 된, 첨단 기술이 한껏 발달된 미래가 배경입니다.

주인공 김수진은 고고학자로 과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런 시대엔 고고학이라는 게 한없이 뒤떨어진 학문이 되어 매일 밤 자괴감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야흐로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를 만나게 되지요. 바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인, ‘헤밍웨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침입한 것입니다.

‘아니, 침입이라면 경찰의 전공이지. 고고학자가 왜 필요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드실텐데요. 그럴만한 연유가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침입자가 마야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뭐? 배경이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미래라며! 뜬금없이 왠 마야인?’

또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드시겠지요? 물론 여기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일하고 있는 ‘헤밍웨이 사’가 알고 보니 마야 문명의 유물(이 유물의 이름이 바로 ‘흘핀 라흐판’인데 ‘세 번째 삶’을 뜻합니다.)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던 겁니다. 어째서 그런 것이 가능한지 제게 묻지 마세요. 소설에 설명이 나오긴 합니다만 두 번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곳에 마야인처럼 보이는 존재가 침입한 데다, 사원조차 자기 회사가 진짜 하는 일이 뭔지 모를 만큼 보안이 철저한 곳인데, 가장 보안이 철저한 회사의 중심에 보란듯이 침입한 것도 모자라 그 방법조차 도무지 알 길이 없으니 어쩌겠어요? 경찰 보다는 고고학자를 부를 밖에요.

그 침입자를 잡아 달라는 것이 회사가 김수진을 부른 이유였습니다. ‘헤밍웨이 사’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흘핀 라흐판이 그 존재에게 차례로 털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벌써 세 개나 당한 상태라 회사도 급해졌습니다. 가진 것은 알량한 고고학 지식밖에 없는 김수진은 보상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토록 위험해 보이는 임무를 선뜻 수락합니다.

수사 끝에 그녀는 이 사건이 정말로 세 번째 삶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실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마야인은 오직 현세와 내세만 믿었을 뿐, 환생을 뜻하는 세 번째 삶을 지옥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침입한 마야인은 바로 그 세 번째 삶을 ‘헤밍웨이 사’의 ‘흘핀 라흐판’을 통하여 얻으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게 된 김수진은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흘핀 라흐판’이 있는 곳으로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성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공포스런 장면을 목격하게 되지요.

‘세 번째 삶’은 이런 소설입니다. 괴기와 SF가 적절하게 믹스된.

최근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도 마야 문명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자의 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던데, 그 영화를 보신 분은 이 소설을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런데 마야의 내세관을 소재로 삼은 것은 흥미로웠지만 그것이 이야기와 잘 융합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분량이 짧아서일까요? 이야기가 중간 단계 없이 확 튀어오르는 느낌입니다. 특히 김수진이 용의자를 찾을 때 말이죠. ‘세 번째 삶’과 관련된 것을 잘 살릴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들로 이야기를 채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앞부분에 나와 있는 김수진의 내면이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을 맺지 않고 그대로 끝나 버리는 것도 좀 유감입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있어 주인공의 성격도 한 몫 한다고 생각되는데, 처음에 그렇게 나오면 그것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독자는 기대하게 되니까요. 소설에서 유일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캐릭터인만큼 그 부분도 좀 살려주었으면 개인적으로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이건 다 조금만 보완하면 더 재밌는 얘기가 될 것 같기에 토로하게 된 아쉬움 입니다. 보다 긴 호흡의 작품으로 살려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보니까 작가 코멘트에 크툴루를 언급하셨던데, 저 역시 러브 크래프트의 세계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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