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교사 ‘내’가 일상에서 부딪는 이런저런 문제를 가져다 놓으면, 구 씨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오버스펙의 전시품을 내놓는다. 두 사람이 만담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구 씨의 현역 시절 모험담이 주조를 이루는 경쾌한 작품. 뻔뻔스러운 유머 감각과 허를 찌르는 전개, 대담한 해석(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렬한 기억은 쪽팔림이다!)을 던져 회차의 끝자락마다 독자가 “저기요, 잠깐만!”을 외치게 만든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비슷한 톤의 작품을 찾는다면 추천.
묘사와 서술로 전개해야 할 부분을 대화로 자주 대신한다. 이러한 문체의 특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와 더불어 종종 주술호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장과 오자가 남아있는 등의 문법적인 문제가 보인다. 하지만 그 점을 책잡아 가치를 낮추어 보기엔 작품의 매력이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에 다소간 사회부적응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 구 씨는 맹한 사랑스러움을 갖고 있으며, 화자인 ‘나’는 독자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다. 풍부한 배경 지식과 다채로운 소재 채용 역시 앞으로의 연재에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드는 면모.
구 씨와 나눈 첫 인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박물관의 구 씨> 시리즈의 또 다른 단편 작품 <프로키온이 빛나는 겨울 밤> 역시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를 자가수여한 인간의 오만함에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별자리로 못박힌 영원한 우정에 대하여, 진정으로 평등한 사랑을 하는 방법에 대하여, 신화의 원형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개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