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亡)덕한 현실속 인물들의 비루한 삶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뺑덕어멈 수난기 (작가: 전혜진,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8년 2월, 조회 92

왜 이처럼 미투 캠페인이 한순간에 번져나가게 되었을까요, 왜 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당한 수치스러운 피해를 숨길 수 밖에 없었을까요, 그동안 꼭꼭 숨겨두어야만 했던 수치스럽고 고통스럽고 씻을 수 없는 치욕과도 같은 상처를 이들은 이제야 ‘나도 그래’라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게 되었을까요,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아니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 나이 40대 후반입니다..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있는 나이죠, 그리고 이들이 당하고 경험한 그런 지저분한 행동의 언저리에서 그들을 바라다본 일인중의 하나입니다.. 그 당시 저 역시 이 분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 남성이고 어떻게 보면 가해자의 측에서 그들의 일인이 되었을 지도 모를 사람입니다.. 그 시대와 대중과 부류의 공동체속에서 피해자가 끊임없이 고통받을 때 가해자의 방식에 동조하고 무관심하고 외면하고 무시하던 일인이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저는 많은 여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처럼 자신의 무시하고 하대하고 심지어 성희롱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상황에서 그들이 당하는 정신적 상처를 단순한 상황적 농지거리로 여기고 그러려니 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누군가가 우스갯소리인냥 몰아가는 마녀사냥식의 농담에 저 역시 동참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대였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에는 우리가, 우리의 어른들이, 아니 그 누구보다 스스로 힘을 가졌다고 뻐기는 시대의 남성과 주변 권력자들이 저지른 행동은 쉽게 잊어버릴 일은 아닌게지요,

저 역시 이런 사회적 운동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들에 어떠한 부분에서 책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는 아닌 양 외면하기에는 제가 경험하고 동조한 불합리한 사회적 불평등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조직의 일원으로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합디다.. 구차하게 예전에 실수로 몇몇 사람들이 벌이던 행동들이 다수의 남성과 힘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지른 과오인냥 떠들어되면 조직이 경직되고 누구한테 쉽게 말이나 걸 수 있겠느냐고, 맞습니다.. 쉽게 말하면 안되지요, 어렵게 이야기하고 어렵게 대하고 대단히 불편하게 마주봐야되는게 조직에서의 관계가 아니겠는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랫사람이라고 하대하고 폄하하고 여성이라고 쉽게 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겠지요, 나의 아내가, 나의 딸이, 나의 아들이 누군가에게 이처럼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고 또 받을 수 있다면 당신이라면 용서가 쉽게 되겠느냐, 시대탓, 사회탓, 상황탓으로 돌리고 단순히 잊혀지길 바랄 수 있겠느냐고 말하고 싶었으나,,,,,,, 여전히 그들은 저의 상사이고 제 목줄을 쥐고 있으니 흘려 넘겨버립니다.. 언젠가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와 무책임한 시대적 반성을 꼭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요, 못해도 저 인간들은 잘 살겁니다.. 젠장,

조직과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우린 갑과 을의 관계속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대체적으로 서민으로 세상의 민초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을의 지위를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느무 서민 코스프레인가요, 여하튼 이런 삶의 관계속에서도 우린 조직에서 조금씩 자신의 지위를 키워가거나 또다른 을을 만나는 갑같은 을의 자리에 서기도 합니다.. “뻉덕어멈 수난기“는 그런 조직의 관계를 대단히 살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직도 연재중이기도 하죠, 4회차까지 나온걸 읽었습니다.. 시작점부터 이 작품이 직시하고 그려내는 의도를 작가는 아주 명확하게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주인공인 배은덕이라는 인물의 여성은 뭐랄까요, 그냥 세상 더러운 꼬라지에 익숙해져버린 이 시대의 타락한 인간군상의 표본과도 같은 밉쌀스러운 인물입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것이라는 것과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부분만 쏙쏙 빨아먹는 시대의 드러븐 인성의 전형입죠, 그런 그녀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관공소에서 2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같은 인물입죠, 누구도 그녀를 무시하지 못하고 그녀도 그들과 얽히고 좋은게 좋은거라는 방식의 지역과 사회와 조직에서 통용되는 무책임한 불온한 긍정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죠, 그동안 그녀는 조직이 싸놓은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수많은 을의 행동속에서 자신의 똥이 더러운 지 모르고 싸지르고 있는데 그 자리에 이제는 피하지않고 똥을 치우려는 인물이 들어앉아버려서 골치가 아픈 모냥입니다..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발령받은 여직원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부조리랍시고 무한계약직인 강용수의 성희롱을 고발하질 않나, 인덕 자신이 그녀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총무부에 꼰지르거나 경찰에 신고까지 하니않나, 골치가 여간 아픈게 아닙니다.. 하지만 지역이 지역이고 좁은 동네에 모두들 서로 얽혀있는 학연, 지연, 혈연으로 꼬일대로 꼬인 지역의 상황에서 그녀에게 이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사람은 아무도 없죠, 젊은게 벼슬이라고 사회적 책임과 부조리에 항거하는 여직원을 보면서 어떻게해서든 저 미친년을 갉아마셔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친년(그들은 여직원을 그렇게 부릅니다)은 업무에 대한 능력은 뛰어나 은덕이나 강용수가 해야될 업무를 죄다 처리해주곤 하죠, 주는 것 없이 밉기만 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써먹을 데가 있으니 일단 부려먹을 수 있을때까지 단물을 쪽 빨아버릴 생각입니다.. 여직원은 어떻게해서든 벗어나려하나 그 또한 쉽지않아 보이네요, 그러던 중 직원 교체로 인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문장 한마디 한마디에 느껴지는 감성적 질감이 너무나 좋습니다.. 대단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대화체의 상황들이 너무나도 실감나게 머릿속으로 들어오네요, 극단적이고 거친 면으로 드러내는 인물의 이야기가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인덕이라는 여인이 보여주는 비사회적인 정신병자와도 같은 상황적 몰입은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 외에 조직의 구성원들인 계장이나 강용수와 같은 인물의 공조적 연결들도 이 작품이 드러내고자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단히 입체화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투영되죠,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존재할 지도 모를 인물들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에서는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들이기도 하죠, 물론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인지도 모르고 저지르고 있는 이들의 행태들이 자신들의 울타리를 침범한 양치기 개의 혼란스러움 정도로 여기고 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이어질 이들이 당할 수난과 고통의 연속은 자신들이 아주 평범(?!)하게 좋은게 좋은 조직의 관계속에서 살아오던 시절에 대한 단죄일 것입니다..

작가는 옳은 것 보다는 그른 것에 대한 시점으로 작품을 이어나가죠, 주인공은 배은덕입니다.. 주변의 인물들 역시 그렇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에 기댈 인물들은 아니죠, 끝없이 당하는 여직원의 이름은 윤리아입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기준의 교과서적 평범함은 이 작품속에서는 골치가 아픈 암덩어리처럼 떼어버리고 싶은 존재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시선으로 윤리아가 당하고 인덕이 겪는 심리적 부조화를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에서 드러냅니다.. 독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단히 흥미로워하면서 집중하게 되죠, 재미와 공감과 인물적 쾌감이 어우러진 즐거움이 가득한 장르소설의 키치적 취향을 맛보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문장의 문체가 주는 편안함이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즐거움에 크게 한몫하죠, 대단히 거칠고 직설적이고 일반화된 저급한 대화와 인물의 행동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반대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공감을 만들게 됩니다.. 우린 학원교재보다는 교과서에 충실한 교육을 받은 착실한 서민이니까 말이죠, 교과서에서는 절대 인덕이와 같은 행동거지를 좋게 보질 않습니다.. 그죠, 하지만 교과서로 배운 사회와 우리가 살아오면서 체험한 사회는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된 인성과 행태이지만 우린 교과서와 다른 인덕에게 공감은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녀가 수난을 당하기를 끊임없이 바랍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되는게 도덕과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니까요, 앞으로 기대가 될 뺑덕어멈의 수난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황의 흐름으로 보면 그렇게 길게 이어나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전반적인 속도감이나 흐름의 연결이 대단히 빠르고 즐겁게 연결되기 때문이죠, 모르겠습니다.. 근래에 제가 읽어 보았던 어떤 작품들보다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와닿아서 그럴 지도, 상황이 주는 공감과 현실적 조직의 인물적 비호감이 끊임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은 너무 즐겁군요, 생각지도 않게 읽은 작품에서 이렇게 즐겁고 유쾌하게 읽으면서 다음편을 기다리기는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요, 꾸준히 배은덕이가 마주치게 될 수난에 발을 동동거리며 기대해보아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기대에 부응할 새로운 반전과 복수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즐겁습니다.. 작가님의 필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편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즐겁고 유쾌하고 통쾌하게 직접적으로 와닿게 해주는 능력은 독자로서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일개 독자의 의견이라 뭐 대단하겠습니까만 저는 무척 즐거운 독서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부디 건필하시고 끝까지 재미진 작품 이어주세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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