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올 차원 도깨비께.
추운 날씨에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귀하께서 보내주신 첫 번째 수수께끼를 인상깊게 읽은 독자 중 한 명입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수수께끼에 답을 제시하신 것에 역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수수께끼에서는 저 역시 부족하나마 힘 닿는 데까지 답변을 적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 편지가 정답일 가능성은 낮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일 먼저 수수께끼의 답을 예상해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몇 자를 끄적여봅니다.
제시하신 세 숫자는 다양한 규칙에 의해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많은 규칙 중에서 그나마 가장 단순한 규칙이라 할 수 있는
이차함수 그래프를 통해 수수께끼에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y=ax^2+bx+c 형태의 함수가 존재할 때
x=1에서 y=1430, x=3에서 y=1684, x=6에서 y=1790.
세 값을 만족시키는 이차함수는
y = -55/3 x^2 + 601/3 x + 1248 입니다.
(이 이차함수에 의한 그래프는 x가 -4.432~15.359 사이에서 y가 양의 값을 가지며, x가 5.464일때 y가 최고 정점인 1795.274를 지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x=11을 대입해보니…
y=1233.333…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열한 번째 숫자는 1233.333…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첫째로, 과연 이차함수에 의한 풀이법이 맞는지가 의문입니다.
답이 자연수로 떨어지지가 않고 무한소수의 형태를 지니는데, 과연 이 방법이 옳을까요?
옳다고 하더라도, 이 수수께끼가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차함수 그래프는 무엇인가를 공중으로 던진 모양과 유사한데,
혹시 하늘로 쏘아올린 무언가의 좌표를 확인하는 수수께끼는 아닌지요?
예를 들면, 약 4시간 반 전에 쏘아올린 로켓이 있는데
1시간 후에는 1430km 상공에 위치하고, 3시간 후엔 1684km 지점을 지나며
6시간 후에는 1790km 부근에서 정점을 찍었다가 내려온다는 의미일지도?
그러면 11시간 후에 그 로켓은 곧 열권으로 진입할 예정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여기서 1233.333…이란 숫자가 나오는 것은 그 역동성을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구요.
그런데 이 가설이 맞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
이대로라면 15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그 로켓이 지구에 떨어지게 될텐데,
어서 그 지점을 찾아내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 수수께끼에서는 열한 번째 숫자가 ‘무엇’인지 묻지 않고
열한 번째 숫자가 ‘누구’일까를 묻고 있네요.
1233.3333…이란 누군가를 가리키는 이름일까요?
혹시 코드네임 같은 것일지요?
무한소수를 코드네임으로 쓰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특이한 경우라면…
예를 들어, 첫 번째 수수께끼에서 잡히지 않았던 그 곰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곰이 로켓을 조종하고 있나요? 아니면 로켓의 타격지점에 곰이 있는 것인가요?
마지막으로 ‘녹차를 마시며 즐기기 좋은 숫자’라고 언급하신 점도 마음에 걸리는군요.
‘녹차’는 앞에서 제가 세운 가설들과는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키워드인데,
아마도 저는 처음부터 잘못된 가설을 세우고 수수께끼에 접근했던 것은 아닐까요?
하나의 수수께끼를 푼다고 도전했다가, 오히려 수 많은 질문들만 더하게 되는 것 같네요.
저보다 더 총명한 분들이 더 나은 방법으로 수수께끼를 풀어주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입춘이 지났건만 바람이 아직도 차갑습니다.
다시 뵈올 날까지 부디 건강하시길 바라며…
수수께끼 애독자 중 한 명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