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 든 감상은 깔끔하다 였습니다. 잘 짜인 단편을 읽은 것 같습니다. 매끄러운 문체 덕분에 깔끔하고 담백하게 읽힌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리뷰는 이 글에 대한 리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상으로 더 말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묘사나 상징, 수사와 비유가 유추될 수 있는 대상이 명확합니다. 바꿔 말하자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인 세월호 이상의 감상은 더 나올 게 없었습니다. 그러니, 세월호에 대한 리뷰가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 이야기에 대한 리뷰는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야기의 뒷면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이 이야기의 뒷면에는 작가가 다루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평범한 소시민들입니다. 촛불 시위에 나가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행동하지 않은 사람들 말입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촛불 대중들이 아닌 사람들. 작중에서는 비난당하는’벌레’가 가깝습니다. 극단적인 예긴 하지만, 작중 말을 빌리자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평범한 사람’, 권력에게 굴복한 소시민들 말이죠.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테가 했다고 알려진 모양입니다만, 실제로는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런 참사의 현장 앞에서 소시민들은 비겁합니다. 자신이 참사의 희생자가 아닌 것을 안도하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게, 단테가 했지만 단테가 하지 않은 말처럼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에 쳐박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억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런 식으로 숭고히 기억할 수는 없겠습니다. 벌써 추억이 되려는 모양입니다. 추억으로 남으면 결코 떠나가는 법이 없지만, 추억은 기억을 잠식해 모든 것을 미화해 버립니다.
아무래도 저는 벌레인가 봅니다. 왜냐하면 그 일에 대해서는 결코 행복한 기억이 먼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영웅처럼 등장해서 진실을 밝히는 촛불 거인이 아니라, 제 참사의 기억에서 제일 먼저 마주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고성을 지르고, 편 갈라 싸우고, 의심하고, 비난하고, 이용했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냉소적인 성격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눈 감았다 뜨니 어느 새 전부 다 행복하게 해결되어 있었던 일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언제 해결될 지 몰라 하릴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참사 이후 1339일이 지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추억의 뒤에는 다른 사람 또한 있습니다. 생존자들입니다.
끝까지 기억하고, 변색되지 않게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참사를 구조하기 위해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구조를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잘못된 정치로 인해서 벌어진 참사를 정치의 논리로 끌어들이지 말아야 했습니다.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서 벌어진 참사를 잘못된 행정으로 처리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함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참사의 뒷면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하는 글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비유가 많았지만 깔끔한 문체 덕분에 자칫하면 뜬구름 잡는 글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읽혔습니다. 묘사와 상징, 그리고 수사들이 유추될 수 있는 대상들도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리뷰를 다 써 놓고도 등록을 할까, 하지 말까를 이 새벽, 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그 만큼 현실과 가까운 거겠죠. 솔직히 공모로 제출할 리뷰는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분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