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공포. 공모

대상작품: 지식의 신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시그미온, 17년 12월, 조회 49

그렇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생각보다 강인합니다. 극도로 강한 감정으로 사람의 정신을 잃게 만드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대해서 분명 공포를 느끼는 일은 있어도, 정신까지 놓아 버리는 경우는 적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정신은 생각보다 강인한 겁니다.

이 이야기는 공포와 마주쳤을 때 정신을 놓아버리고 미쳐버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 중, 역사가 깊고 가장 강력한 감정. 요컨대, 생물이라면 유전자 단위에 그 기원을 두는 무지막지한 감정. 흔히 문학에서 인간은 인간을 초월한 초월적 존재나, 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만나면 정신을 놓아버리고 맙니다. 러브크래프트의 그레이트 올드 원, 고대 신들, 코스믹 호러와 같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는 어떤 존재가, 어떤 현상이 그 고대신들과 같이 사람의 정신을 놓아 버리게 만든 걸까요? 이 작품에서의 진정한 공포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바꿔 말하자면, 그건, 충분히 고대신과 같이 공포스러운 존재일 수도 있겠네요.

어떤 이야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괴담에는 그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이 과연 제일 무서운가, 어떤 게 이 시대의 진정한 공포인 것인지 말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공포는 한 사람이 미쳐있는, 기괴한 광경이 아니라, 역시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왜 주인공이 정신을 놓고 머리카락을 먹어치워 버린 건지. 어떤 존재에 그토록 겁을 먹고 실신해 버린 것인지 말이에요. 과연, 작품의 이름이 왜 지식의 신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험은 절대적인 지식의 신으로, 마치 그레이트 올드 원과 같이 공포스럽게 다가온 겁니다.

이 글의 묘미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 발을 반쯤 걸치고 있는데에서 나오는 살짝 기묘한 공포감, 실제로 있을 것만 같다는 현실에 대한 미묘한 기시감이이었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아래부터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질감이 드는 의태어의 사용은 좋았습니다. 유명한 괴담인 ‘으드득 으드득’ 처럼, 괴이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잘 일조했다고 봅니다. 너무 과도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버리는데도 그런 감도 없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더 절제된 분위기와 문체였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공포스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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