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길지 않은 작품이니 먼저 읽으시고 감상을 봐 주세요. 사실,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이 감상을 읽으셔도 별로 소용이 없을 듯해요. 글을 읽고 나서 아 이런 결말이면 좋겠다… 싶다가, 정말 그럴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면서 복잡해진 머릿속을 여기 풀어 놓으려는 거니까요.
이 이야기는 ‘달팽이 각시’의 이야기에요. 외롭게 혼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우연히 발견한 달팽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 이후로, 밖에 나갔다 오면 청소가 되어 있고, 밥이 차려져 있고…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지만, 읽다보면 차라리 정말로 달팽이가 그렇게 했다고 믿고 싶은 청년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판타지인가 싶어질 때쯤, 달팽이 각시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자, 아직 작품을 안 읽으신 분들은… 마지막 기회입니다. 먼저 읽고 오세요.
달팽이를 매개로 외로운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 살아갑니다. 읽고나면 마음이 참 그래요. 저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데 차라리 대 놓고 같이 살면 더 좋지 않을까. 처음엔 그런 결말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저 두 사람이 정말로 같이 산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달팽이를 매개로 나누는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제한적이에요. 한 사람은 보살핌과 관심을 제공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집과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그 외에는 서로의 삶에 관여하지 않아요. 그 관계는 두 사람에게 딱 적당한 정도의 따뜻함을 줍니다. 만일 달팽이라는 제한이 사라지고 두 사람이 사사건건 모든 일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면, 과연 두 사람은 만족할까요. 행복할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닐 수도 있을 거에요. 우리가 많은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치이면서 차라리 혼자의 삶을 택하듯, 너무 과도한 관심과 관계는 오히려 서로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맺는 관계에 안주하고, 편안해 하는 것처럼요.
사람은 관계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경우에 관계는 상대방에게 폭력이 됩니다. 그렇게 관계에 상처입은 사람들은 SNS처럼 제한된 관계나 반려동물처럼 안전한 관계에서 대안을 찾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관계에 서툴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운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달팽이 하나가 주는 위안 정도를 주고 받고, 또 기대하는데 익숙해 진다면, 세상이 오히려 더 따뜻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