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기 자연지물은 무슨 의도가 있을까요? 좀 더 작은 것으로 포커스를 맞춰 볼까요? 모기들은 인간에게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고 겨울의 초입인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는 게 아닐까요?
재난들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구체적인 예시를 들지 않겠습니다. 단순한 예시를 위해 소환하기에는 너무나도 끔찍한 비극들이니까요. 하지만 범세계적 자연재해 앞에서 어떤 목사님들은 이게 다 하느님의 의지이며 불신자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죠. 그런 신이라면 믿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그런 의도가 있는 걸까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의도 해석장치가 있다는 것이죠. 즉 우리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도를 해석함으로써 의도를 파악해 냅니다. 의도 해석 장치가 발달한 인간은 나, 너, 우리를 넘어서 모기 같은 미물이나 자연재해에서 어떤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죠.
어떤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가난한 슬럼가 출신으로 철저하게 통제되는 무자비한 국가에 의해 선발돼, 가장 말을 잘 듣고 얌전하단 이유로 우주로 쏘아져 버린 여성을요. 거기다가 이 실험설계는 완전히 엉망입니다. 죽을 수만 있어요.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것이죠. 실험이 가장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우주 공간에서 홀로 떠돌다 죽게 됩니다.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이런 사람이 우주인을 만나 전능에 가까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자, 아까 말씀드렸죠? 인간에게는 의도 해석장치가 있다고. 이 여성이 가질 의도는 뭘까요? ‘복수’가 아닐까요? 나를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우주에 방치한 다른 이들에게 파멸을! 사실 여기에 인간을 후벼 파고 다른 어떤 단어를 넣어도 상관 없을 거예요. 하다못해 돌멩이를 넣는다 해도 말이에요. 여기에 대신 들어갈 단어는 ‘개’죠. 맙소사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에게 무슨 끔찍한 짓이죠 소련인들? 심지어 라이카가 선발된 이유는 가장 인간의 말을 잘 듣는 얌전함 때문이에요. 그 배신감을 떠올려 보면 복수는 정말로 정당할 것입니다.
물론 억울할 수 있어요. 라이카가 우주로 나갈 당시 우리 대다수는 태어나지조차 않았으니까. 하지만 선조의 유산을 받는 것은 선조의 빚을 물려받는 것이죠. 좋은 것만 받을 수는 없고 죄악과 악덕을 함께 물려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우주 기술을 사용해 생활하고 있는 한 우리는 라이카에게도 빚을 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말했죠? 인간에게는 의도 해석 장치가 있다고요. 다르게 말하면 ‘의도’ 라는 게 존재할까요? 그렇게 해서 돌아온 라이카에게 인류를 모두 절멸시키겠다는 의도가 정말 존재할까요? 좋습니다. 상상해 보죠. 강아지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크기를 키워보세요. 강아지 안에 의도들, 마음들도 몸집만큼이나 커집니다. 그 강아지에게 맨 처음부터 악덕이 있었나요? 체력, 귀여움, 뭐 그런 것들만 집채만 해지지 않나요?
리뷰를 마무리 하기전에 제목을 돌이켜 봅시다. 우주에서 돌아온 지옥견 라이카의 복수-세상에 나쁜 인간이 많다. 세상에는 나쁜 인간이 많아요. 정말로 많아요. 그럼 나쁜 개는요? 결국은 인간, 오직 인간만이 나빠요. 하지만 별수 있나요? 강아지와 함께 산보를 하고 먹이를 챙겨주고 돌봐 줘야죠. 이제 그 개는 당신보다 강하지만, 여전히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