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do del fin del mundo
지구 끝의 사람들
선언문
1. 본 리뷰글은 리뷰어 난네코가 창궁 작가님의 <남극의 이방인들>을 첫화인 1회차부터 최신화인 23회차까지 전부 읽고 집필한 팬픽리뷰글입니다.
2. 본 리뷰글은 경애하는 위대한 대문호 창궁 작가님의 문학적 재능을 칭송하고 <남극의 이방인들>을 존숭하고 경배할 목적으로 진지하고 감성적이고 수사적인 언어들을 집어넣어서 집필하였습니다.
3. 본 리뷰글은 창궁 작가님께서 ‘본격적인 코즈믹호러에 들어가기도 전인 만큼 자유롭게 츄라이츄라이’라고 리뷰공모에 부치셨는데, 리뷰어 난네코가 아직 완결나지 않은 연재작을 대상으로 2차 창작 팬픽리뷰글을 집필했기에, 원작의 핵심이나 의미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다소 주제의식이 옅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y ese mar que tranquilo te baña
(그리고 평온하게 너를 적시는 그 바다)
te promete futuro esplendor.
(너의 미래에 찬란한 번영을 약속했네.)
Que o la tumba serás de los libres,
(자유인의 무덤이 되거나,)
o el asilo contra la opresión.
(또는 탄압에 맞서는 보호처가 되리라.)
1.
1941년 9월의 봄은 소금의 짠내와 파도가 부는 바다의 숨결이 프랏 부두를 깨웠습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제방이 다시 세워지자, 포경선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부두를 떠나 바다로 향합니다. 페드로는 자신들이 소속된 포경회사 ‘바예네라 아우스트랄’의 유일한 포경선 ‘카르멘’과 선장 ‘아르투로’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술잔을 연실 부딪힙니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던 페드로는 어눌한 스페인어와 메스티소가 아닌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망명와서 15년 동안이나 칠레에서 산 칠레 국민임에도, ‘진정한’ 칠레인으론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페드로가 선장을 기다리는 것은 뱃사람의 의리나 동방의 예의 때문은 아닙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땅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나날이 괴로워서도 아닙니다. 페드로는 아르투로를 믿습니다. 가족으로서, 동료로서, 페드로의 인생에서 선장 ‘아르투로’는 페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준 사람입니다. 그래서, 선장 아르투로가 고래잡이 어선인 ‘카르멘’을 정부와 군인인 프랏 장군과 협력하여 남극 탐험선인 ‘솔레다드’로 개조해도 페드로는 선장의 뜻을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소금기를 타고 날아온 고철과 나무 썩는 냄새가 납니다.
칠레에선 다소 낯선 외모를 가진 페드로를 이방인이 아니라 토박이라고 불러주는 이는 부둣가의 소금내 밖에 없다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2.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남극. 내가 발 디디고 선 땅은 어딘가? 낯선 땅. 낯선 땅에 발 디디고 선 자들은 누구인가? 이방인. 이방인들에겐 계율이 있는가? 그들의 고향에서 가져온 것들. 그들의 고향은 어디인가? 칠레. 너의 고향은 어디인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칠레’라고 대답해야 할지, ‘꼬레’라고 대답해야 할지. 나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고, 어디가 나의 고향인지. 나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나는 어떤 땅에서나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칠레에서도, 남극에서도, 나는 낯선 땅에서 발 디디고 서있을 뿐이다. 자랑스러운 조국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남극에 온 동료들과 달리, 나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미지의 대륙에서 불쾌함을 느낀다.
입김의 온기마저도 차가운 바람이 채어 간다. 나는 나무 망치를 들고 얼음을 깨부순다. 퉁, 퉁, 퉁. 생각하는 행위는 질병이고, 육체 노동은 명약(名藥)이다. 생각은 뇌를 좀먹는 질병이다. 환상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여 눈으로 본 것을 의심하게 된다.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라앉히던 것을, 유빙 속에 갇힌 거인을 전부 부정한다. 퉁, 퉁, 퉁. 한 겨울 밤의 꾸는 악몽이 참으로 생경하다. 나무 망치로 얼음이 아니라 내 머리통을 깨부수고 싶다. 나는 어찌하여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서 무의식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가? 퉁, 퉁, 퉁. 고드름을 전부 박살내버렸다. 배는 바람과 파도에 휘청거리면서도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흔들림 속에서 버티고 서있는다.
나는 언제까지고 버텨야 되는가? 언제까지 낯선 대륙을 유랑해야 하는가? 이치에 맞지가 아니하다. 그 어떤 설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3.
너, 페드로 킴은 듣거라. 비밀의 유해. 너는 이방인이다. 어둠의 균형. 너에게 허락된 분깃은 이 땅에 없느니라. 중심을 잃을 때 찾아오는 시간. 네가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라. 세상의 끝(fin del mundo). 세상의 끝과 또 다른 세상의 끝은 인간에게 허락된 영토가 아니니라. 지구 끝의 사람들(Mundo del fin del mundo). 자유인의 무덤이 되거나, 또는 탄압에 맞서는 보호처가 되리라. 너와 함께 온 사람들을 데리고 이 땅을 떠나라. 이곳은 인간에게 영구적으로 종속된 땅이 아니니라. 이곳은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니라. 인간이 세운 나라들은 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없느니라.
너, 페드로 킴은 듣거라. 이것은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니라. 이것은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자비이니라. 이것은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안식이니라. 비밀을 캐내려 하지 말라.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지 말라. 이 땅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잊으라. 이 땅에서 꾼 꿈을 모두 잊으라. 이 땅에서 겪은 모든 것을 잊으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대륙엔 인간이 거주하는 6개 대륙의 율법과 권리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너희의 대륙으로 돌아가라. 너희가 ‘남극’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인간에겐 영원히 낯선 땅이고, 인간은 이곳에서 영원히 이방인이니라. 인간은 이곳을 지배할 수가 없느니라.
너, 페드로 킴은 듣거라. 인간은 이곳에서 적응할 수가 없느니라. 너희가 ‘남극점’이라고 부르는 장소는 중간이면서, 변곡점이면서, 중심이면서, 붕괴점이니라. 이곳에선 어둠이 지나가면,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또 어둠이 스쳐가고, 다시 어둠이 밀려가느니라. 이곳에선 잃기 위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시간이 찾아오고, 잃어가는 시간이 찾아오면, 끝없이 밀려오니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대륙엔 인간이 거주하는 6개 대륙의 계절과 시간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너는 저 땅(esa tierra)이 아니라 그 땅(aquella tierra)에서 태어난 사람이니라. 평생 동안 낯선 땅과 낯선 바다를 표류하는 이방인으로 남지 말라.
너, 페드로 킴은 듣거라. 네가 태어났던 북반구의 작은 나라로 돌아가거라. 네 아비가 떠났던 그 땅(aquella tierra)으로 돌아가거라. 너의 기원을 찾으라. 모든 기원이 잠들어 있는 땅에 관한 신화는 바로 너의 기원이기도 하니라. 인간이 거주하는 6개 대륙이 낙원이고, 이곳은 도피처이니라. 낙원에 남은 모든 거인들은 멸족했고, 낙원에서 쫓겨난 거인들은 모든 이름과 형체를 버려가며 생존할 수 밖에 없느니라. 언젠가 다시 낙원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지 말라. 나는 불의 천사이니라. 나는 인간들이 ‘남극’이라고 부르는 이 땅의 눈과 얼음을 전부 녹여버릴 것이니라.
너, 페드로 킴은 듣거라. 너는 선택되었다. 너는 중심을 잃을 때 찾아오는 시간을 기억하라. 너는 너의 기원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느니라.
5.
페드로의 입에 아스피린과 비타민이 들어왔다. 굉장히 시고 쓰고 쌉싸름한 맛이 혓바닥에서 아른거리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버렸다. 뜨거운 물을 빨아들인 물수건이 페드로의 이마 위에 얹어졌다. 땀에 젖은 몸이 옷을 전부 적셨다. 가슴께가 간질거리고 헛구역질을 한다. 페드로는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한 채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나지 못하고, 엎어진 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거인의 살점을 씹는 기분이 든다. 역거울 정도의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구국의 영웅이니, 숭고한 사명이니, 그딴 것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삶과 죽음은 양면에 있는 두 얼굴이 아니다. 반대편을 바라보지도, 마주보지도 않는다.
1941년 11월의 겨울은 낯선 땅에서 낯선 존재로 살다가 낯선 미지의 죽음으로 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의 끝에서, 페드로는 한글이 적힌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