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공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좁은 공간에 갇혀본 경험이 많지 않고, 한정된 공간은 사건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제한한다. 특정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은 그 공간만큼이나 특정적이고, 주인공의 행동 패턴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폐쇄공간을 소재로 글을 써본 적이 있는데, 어떤 소재보다도 오래 고민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소재를 능숙하게 다루는 작품을 만나면 반가움과 함께 경탄이 앞선다.
브릿G 호러 카테고리 인기 순위에 올라 있는 이 소설 「저편에 있다」은 폐쇄공간이 가진 한계를 오히려 매력으로 전환해 낸 작품이다.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는 소재는 영화에서 간간이 쓰이곤 한다. 영화 <거울속으로>, <코렐라인>, <히든 페이스> 등이 떠오른다. 거울이란 공간은 본래 묘한 긴장을 품고 있다. 사람들은 거울 앞에서 유독 솔직해진다. 새로 난 여드름을 못마땅하게 들여다보거나, 평소엔 입 밖에 내지 않던 외모 콤플렉스를 혼자 마주하는 곳. 그 거울의 저편에 누군가 있다는 상상은 그래서 더욱 소름 돋는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 답답함과 두려움이 독자의 흥미를 단단히 붙든다.
주인공 미일은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회사원이다. 이처럼 평범한 인물이 비일상적인 역경에 맞닥뜨릴 때,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자취방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일상의 균열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취방에 대한 묘사는 서늘하면서도 구체적이어서, 낯설지 않은 공간이 낯선 공포로 물드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구조적으로 이 소설은 액자식 서사를 취하고 있다. 덕분에 초반부터 긴장감이 빠르게 조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론 시간순으로 배치해 자취방의 공포를 서서히 쌓아가는 방식도 신선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놈’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반전 인물로 후반에 등장시켰어도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의 구성도 충분히 좋다.
3인칭 시점임에도 미일의 내면이 1인칭처럼 촘촘하게 전달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거울 속에 갇힌 두려움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독자가 미일의 공포를 함께 체감하게 만든다.
클라이맥스인 거울을 부수는 장면은 긴박하고 강렬하다. 다만 조금 쉽게 해결되는 느낌이 아쉬웠다. ‘놈’과의 충돌이 한 번 더 있었거나, 거울을 깨기까지 넘어야 할 역경이 하나 더 주어졌다면 카타르시스가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숙 캐릭터의 등장은 새로운 사건의 포문을 열며 이야기를 열린 결말로 이끈다. 이 소설이 장편으로 확장될 경우, 그 씨앗이 될 장치로서 자연스럽고 영리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폐쇄공간의 한계 안에서 긴장과 공포, 그리고 확장 가능성까지 담아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