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풀어낸 작품 감상

대상작품: 식인 스켈레톤 식당 (작가: 지야, 작품정보)
리뷰어: 매미상과, 2시간 전, 조회 7

식인이라는 소재는 오래전부터 공포 문학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행위는 문명이 세운 가장 단단한 금기 중 하나이며, 그렇기에 이것을 소재로 삼는 일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지는 이 소재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 그 안에서 공포 작가로서의 희열이 피어난다. 지야 작가 역시 그 희열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침착하게, 그리고 태연하게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는 없었을 테니까.

식인과 살인은 잘 다루면 소설에 날카로운 개성을 부여하고 독자의 흥미를 단박에 사로잡는 소재다. 그러나 소재의 자극성에만 기대는 순간 이야기는 금세 진부해진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소재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세계관과 정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데 있다. 돈가스, 김밥처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매일 마주하는 음식들. 그 안에 인간의 몸이 들어간다는 설정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지만, 작가는 그 장면을 과장 없이 차분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 냉정함이 오히려 더 깊은 공포를 만들어낸다.

지야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문체에 있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은 불필요한 감정을 걷어내고 묘사를 선명하게 만든다. 덕분에 독자는 장면 속으로 쉽게 끌려들어 가고, 소설은 생동감을 얻는다. 특히 다음 문단은 이 소설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땅굴 가장 끝에 부러진 식칼이나 낡은 도마, 탄 냄비 따위를 들고 땅을 파 내던 자리가 있다. 최근에 그 끝이 어딘가의 동굴과 닿았다. 우리에게 걸린 명령이 어디서부터 해체 술식으로 변경될지는 알 수 없으나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면 조금이라도 바깥과 가까운 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 어쩌면 해체된 뒤의 가장 작은 뼈조각이 된 뒤에도 달리는 건 가능할지 모른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

부러진 식칼과 낡은 도마라는 구체적이고 낡은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질감, 그리고 뼈조각이 되어서도 달려야 한다는 처절한 각오. 이 두 가지가 겹치는 순간 슬픔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온다. 해체되어 가장 작은 뼈조각이 된 뒤에도 멈추지 않겠다는 그 의지는 비장하다 못해 애처롭다. 스켈레톤이라는 존재에게 이렇듯 결연한 내면을 부여한 것은 작가의 탁월한 선택이다.

마지막에 식당 정보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이야기 전체를 하나의 정보지 혹은 안내문처럼 닫아버리는 이 결말은 독특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여운을 남긴다. 시작과 끝이 균형 있게 맞물리는, 그야말로 용두용미다. 소재의 깊이와 세계관의 완성도를 고려하면 장편으로 확장해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짧은 분량 안에 이만큼의 밀도를 담아낸 지야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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