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일상에서 변주를 찾는 사람들….』
2.『유쾌한 망상이 남긴 인생의 흔적에 관해….』
1.『일상에서 변주를 찾는 사람들….』
간혹 ‘눈을 뜨고 꿈을 꾼다’는 표현으로 인간들이 가진 몽상가적 기질에 관해 비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 현실을 침범하는 범위가 결코 작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떠올려보면 모두가 똑같습니다.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시절부터 벽에 비친 그림자를 유령으로 착각하고,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에 이런저런 사물의 모양을 겹쳐보는 경험이 적지 않게 있을 겁니다. 인간의 사고는 항상 변주를 바랍니다.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일상에 필터를 갈아 끼우 듯 자신이 동경하는 세상을 겹쳐보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행위의 가장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카트라이더>는 기교가 뛰어난 유려한 문체는 아닐지라도, 그 본문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변주’만큼은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는 투박한 일상의 단면일 뿐인 어느 순간이, 해당 상황을 이끌어가는 화자 입장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의 연속으로 변주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을 영웅으로 착각하며 난동을 피우는 듯한 유아적인 발상으로 비춰지면서도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합니다.
이 감평문에서는 이 짧은 글에서 발견되는 발상을 살펴보고, 망상이라고 치부되는 요소가 어떻게 삶의 일부로 편입되는지를 둘러볼까 합니다.
2.『유쾌한 망상이 남긴 인생의 흔적에 관해….』
특유의 부산한 문체 때문에 선뜻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표면적으로 긁어낼 수 있는 내용은 ‘화자가 청혼을 앞두고 서두르는 어느 일상’의 포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화자에게는 특별하고 중요한 사건이며, 어쩌면 남은 인생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조급하고 긴장한 사내의 모습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것은 화자 고유의 시선이 유쾌한 상상에 덧칠해져 있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자신을 첩보물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에 빗대며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손수 개조한 ‘쇼핑카트’를 몰고 연인을 맞으러 달려갑니다. 본인에게 이 순간은 평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하나의 ‘임무(Mission)’지만, 바깥에 있는 타인에게 그는 짐수레를 쥐고 폭주하는 광인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작품은 이 ‘괴리감’에서 오는 유머를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청혼을 준비하는 청년을 상상할 때 나오는 특유의 눅눅함과 초조함은, 이 작품 안에서는 ‘작전’과 ‘보안’과 같은 단어로 치환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고 싶다는 ‘작전’이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준비들은 모조리 ‘보안’에 붙여지죠. 그것으로 청혼을 준비하며 겪는 고난들은 단순히 초조함에 불씨를 떨어뜨리는 고민이 아닌, 화자가 해결해야하는 목적들 중 하나로 격상되는 효과를 낳습니다. 길을 막는 사람들은 그가 목적지로 향하는 데에 반드시 뚫어야하는 장해물이나 마찬가지죠. 때문에 화자는 청혼에 고심하는 청년이 아닌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비장미로 포장되기에 이릅니다. 그가 자신에게 겹쳐보고 있는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를, 이번 청혼의 무게감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으로 쓰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망상에 함몰된 광인은 아닙니다. 그가 굳이 중국산 카트를 제쳐두고, ‘오 더 미듐 시리즈 7’이라는 해석하기도 어려운 고급 장비로 카트를 개조한 것 또한 단순한 도구적 욕심, 혹은 스파이 놀이를 위한 허세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좋아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고백하러 가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위대한 작전’이나 마찬가지이며, 그 중대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작전에는 심오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외제차와 양복을 준비하고 연인을 맞이하러 나가겠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연인을 실을 차로 ‘오 더 미듐 시리즈 7’을 준비합니다. 내 연인에게 가장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는 성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을 막는 뚱보 꼬마를 차마 무시하지 못 하고 바퀴를 멈춰 세웠던 그의 성품을 생각하면, 스파이 작전으로 활기차게 들썩이는 시선 안쪽에서는 그 누구보다 선명한 인간성이 반짝이고 있단 걸 짐작할 수 있죠.
타인의 시선에서 평범한 삶으로 규정될 사건도, 그 사건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관점에서는 인생을 건 한판 작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카트라이더>라는 작품은 그런 관점을 유도하고, 또 권유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태도를 현실도피로 비하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피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휘발되지 않는 ‘흔적’이 존재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말부에서 결혼한 화자가 자신이 애용하는 쇼핑카트에 무엇을 태우고 달릴지를 짐작해보자면, 그 스파이 첩보물로 투영되는 엉뚱한 망상이 현실의 사랑을 지탱하고 가족이라는 실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는 결말을 이끌어내며 독자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줍니다. 앞으로 우리 인생에 닥쳐올 수많은 ‘작전’들에 무운을 빌며, 부족한 감평문을 마치겠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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