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그 아름다운 축복에 대하여.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토끼 밖 세상 (작가: 미로시,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9월, 조회 183

-혹은 잔혹한 저주에 관하여.

 

스포일러 있습니다. 원작은 80매 남짓의 짧은 단편이니 원작을 먼저 읽어주세요. 꼭이요.

 

한 연인이 있습니다. 가난한 연인이요. 그리고 연인 중 한 명만 아이를 사랑합니다. 모두가 아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던 와중 임신을 하면 돈을 주는 임상시험에 지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죠. 회사에서는 수술비와 임신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약속합니다. 주위 사람들은 아마도 축하해 주지 않을까요?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장르가 SF였죠. 가정을 하나 바꿔 봅시다. 임신하는 쪽이 남자가 된다면 어떨까요? 축복과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사람이 남자라면요? 여전히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까요?

 

작가는 아이러니를 위한 장치들을 교묘하게 심어 놓습니다.

 

사이드 이펙트, 아니 부작용. 연구원은 무려 두 번이나 이 말을 반복합니다. 부작용과 사이드 이펙트는 같은 뜻이에요. 주 작용과 그에 수반되는 부 작용이니까요. 부작용은 나쁜 효과가 아니라 원래 목적과 다르게 작용하는것 뿐이에요. 비아그라를 생각해 보세요. 비아그라의 원래 용도는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고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비아그라의 용도는 부작용일 뿐이죠. 부작용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언어는 사전대로 쓰이지 않고 부작용이라고 하면 우리는 뭔가 나쁜 효과를 떠올리게 되죠. 연구원은 두 번이나 이 말을 반복해요. 남자가 임신하게 되는 부작용이 확인되었다, 다른 부작용은 없다. 남성의 임신은 부작용입니다. 또한 연구원의 대화는 이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거라고 말해요. 콜렉트럴 데미지 같은 단어들이죠.

 

남자는 아동극의 배우입니다. 아이들을 좋아하죠. 반면 여자는 아이들을 싫어합니다. 후반부에 호텔에서 피임 이야기를 할 때 남자의 태도가 나오죠. 두 사람의 월급은 합쳐서 200 남짓. 미래를 설계하고 가정을 꾸리기엔 너무 적은 액수입니다. 두 사람에게 아이나 가정은 사치죠. 하지만 남자는 콘돔을 껴야 하냐고 물어봐요.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고통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요? 답은 명백하죠.

 

여자가 원하는 건 뭘까요? 돈이죠.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들도 그렇잖아요. 현실은 불안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은 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믿을 건 오직 돈뿐이죠.

 

남자는 아이를 원하고, 여자는 돈을 원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자는 임신을 하고, 여자는 돈을 받죠. 모든게 본인이 바라던 대로 이뤄졌으니 해피 엔딩입니다. 정말 그런가요? 어떤 진한 아이러니가 느껴지지 않나요? 그건 아마도 대전제. 즉 임신은 좋은 것이라는게 뒤집혀서 그런게 아닐까요? 

 

제목 ‘토끼 밖 세상’ 이라는 말 그대로 이제 남자는 더이상 토끼탈을 쓴 아이를 좋아하는 자신을 유지 할 수 없게 됩니다. 임신 때문에라도 토끼탈을 벗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겠죠. 그 이야기를 보고 싶지만 인물들의 욕망은 모두 성취됐고, 갈등은 다 해소되었죠. 떡밥은 좀 남은거 같아요. 그러니 다음 작품을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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