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감정의 잔해>에 대한 주관적 감상문 공모(감상)

대상작품: 비천(非天) (작가: KRimmer, 작품정보)
리뷰어: 여백의미, 1시간 전, 조회 6

KRimmer, [비천] 감상 리뷰

리뷰마감일이 임박한 500코인의 유혹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lol: :lol:

 

신화 기반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동시에 조금은 경계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지나치게 장엄해지거나, 반대로 설정만 남고 감정은 텅 비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_-)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제게 남았습니다.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가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해야 할까요.

인드라와 아수라, 천상과 윤회 같은 익숙한 신화적 장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몇 화 지나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신화를 쓰고 있는데, 정작 신화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 오히려 작가님은 신화가 한 차례 지나가고 난 뒤, 그 자리에 남은 감정의 잔해를 오래 바라보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 작품이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배치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공간 안에 감정의 잔해들을 하나씩 놓아두는 작업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선.

침묵.

빛이 닿는 방향.

끝내 전해지지 못한 문장.

누군가의 뒷모습.

말이 끊기는 순간.

이런 것들이 이야기 속에 반복해서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들을 지나치며, 어느 순간 자기 안의 어떤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비천]은 모두에게 친절한 작품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분명 무언가를 남기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남겨지는 감각’이 꽤 좋았습니다.

신화를 읽은 것 같기보다, 신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아직 식지 못한 감정의 온기를 만지고 나온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하고요.

감상문이라 생각하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약간은 추상적으로 표현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저에게 좋은 시간을 허락해 준 작품으로 기억하고 돌아갑니다^^

 

Ps) 깁니다요 길어.

중반부에 회차당 100매 가까이 이르는 스크롤 지옥.

좀 더 나눠서 올려보실 수는 없으셨던 겁니꽈아! :r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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