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예술은 얼마입니까?(문외한의 시각입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갤러리 아르테미스 (작가: 슬픈거북이, 작품정보)
리뷰어: 아침은삼겹살, 2시간 전, 조회 9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미술에 정말 문외한입니다.

텍스트도 종종 띄엄띄엄 읽는 편이라 이번 글은 꽤 주관적이고, 어쩌면 조금 엉뚱한 감상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일러도 제법 심할 것 같고요.

오독쟁이인 제가 다른 작가분 리뷰글까지 쓰는 게 저로서도 약간 주제넘나 싶긴 합니다만, 그래도 한 독자로서 어디에 끌렸고 어디에서 멈췄는지 정도는 솔직하게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 글은 정확한 해설이라기보다 미술에 문외한인 한 독자가 남기는 다소 주관적이고 오독 가능성 있는 감상에 가깝습니다.

 

사실 저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몇천만 화소를 자랑하는 시대에, 밥 아저씨가 “참 쉽죠” 하며 쓱쓱 그려내던 그럴듯한 그림들이 무슨 소용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림이 쉬워졌다 한들, 스마트폰으로 뚝딱 찍어내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니까요. AI까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되었는데, 미대 입시에서 하는 데생 실기는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요즘 입시 데생도 단순히 사실적으로 잘 그리는 능력보다, 주관적인 표현과 관점이 들어간 쪽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을 대충 이어 붙여보면, 현대미술은 전시장에 공사판을 벌여 놓거나, 백지를 걸어 두거나, 작가가 자기 배설물을 통조림에 담아도, 거기에 예술적 해석이 성립하면 작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계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전시장에 공장에서 나온 변기를 갖다 놓아도, 바나나 하나를 청테이프로 벽에 붙여도 예술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건 붓 한 번 제대로 못 잡아 본 저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그렇게 벽에 붙은 바나나 하나가 거의 2억 원에 거래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며 제일 먼저 붙잡게 된 것은, 미술에 대한 고급 해설이나 교양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원초적인 감각이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작품이 되고, 무엇이 가치가 되며, 누가 그것을 알아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는 그 질문을 아주 낮은 곳에서, 거의 무지에 가까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하게 계산기만 두들겨 보면, 벽에 붙은 바나나 한 개가 2억이라는 건 원가를 제외하면 거의 99.99999퍼센트에 가까운 순이익률입니다. 말 그대로 꿈의 사업입니다. 물론 희소성과 상징성이 그 가격을 만든다는 건 압니다. 작품은 하나뿐이고, 작가가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그런데도 제 머릿속 계산기는 자꾸만 먼저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가장 노골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결국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시장 안에서는, 팔리지 않는 작품은 아름답더라도 무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먼의 가난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직 가치로 승인받지 못한 예술가의 상태를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읽혔습니다. 뉴욕에 살며 작품으로 생계를 꾸리려 하지만, 정작 그 작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예술이 있더라도 가격이 붙지 않으면 생활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노먼의 궁핍을 통해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 거의 마법처럼 페기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단순한 부자가 아닙니다. 스스로도 미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고, 노먼의 작품에 가격을 매기고, 관심을 부여하고, 나아가 후원에 가까운 계약까지 제안합니다. 물론 그 계약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붙습니다. 하필 처녀작만을 원한다는 점도 그렇고, 노먼의 삶 전체를 재배치할 만큼 강한 조건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제안 이후 노먼의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는 고급 레지던스에 들어가 살게 되고, 이전의 궁상맞은 거지 생활에서 벗어납니다. 거기에 같은 건물에 사는 젊은 작가 제인과 연애까지 하게 되지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여기서 작품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소설이 로맨스 장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제인과 노먼의 연애는 의외로 알콩달콩하고도 일반적입니다. 같은 세계에 속한 젊은 남녀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리는 이야기로도 읽히니까요. 어쩌면 작품을 해야 할 시간에 둘이 신나게 사랑에 빠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주목하게 된 것은 그런 로맨스의 달콤함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먼의 생각을 감싸고 있는 공허한 태도와 문체였습니다. 이 둘이 후반부에 다시 한 지점에서 겹쳐지는 순간이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이 정도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호화로운 파티와, 노먼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지랄’ 장면의 연속입니다. 페기가 경매에 붙이는 작품은 거의 10만 달러에 가까운, 사실상 경매장 내 제한액인 풀 프라이스에 팔려 나갑니다. 제목인 갤러리 아르테미스가 처녀와 사냥의 여신이라는 모티프를 떠올리게 한다면, 페기는 처녀작을 사냥해 오는 사냥꾼처럼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사냥해 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피가 따뜻한 사냥감을 토막 내어 저잣거리에 널어놓는 장소 말입니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노먼은 제인과의 사랑이 깊어지지만, 동시에 자기 작품에 대한 불안과 의심도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왜 이 갤러리에서 젊은 신인의 작품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에 거래되는지, 그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노먼 안의 공허와 균열 역시 함께 쌓여 갑니다.

그리고 결국 제인마저 한 돈 많은 후원자에게 작품처럼 팔려나가듯 소유됩니다. 이 장면은 직접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노먼은 그 순간에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부자가 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부들거리다가 돌아올 뿐이지요.

이 작품의 인물들은 대체로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욕망도, 계산도, 철학도 꽤 노골적으로 부딪힙니다. 그래서 주요 인물들이 맞부딪히는 대화 장면에서는 자비가 없습니다. 저도 귀에서 피가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화려한 파티와 과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데도, 작가가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은 노먼 안의 공허와 균열처럼 보였습니다. 겉으로는 유려한 파티와 사치, ‘돈지랄’ 같은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노먼은 작품을 팔고도 계속 비판적으로 자기 생각만 굴립니다. 욕을 하고, 공허하다고 느끼고, 끝내 자신이 그 안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흔들립니다. 저는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중간에 노먼이 팔아넘기는 작품의 제목이 ‘체리엇(전차)’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차는 욕망을 싣고 앞으로 돌진하는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태운 채 어디론가 끌고 가는 물건이기도 하니까요. 작품이 진행될수록 노먼은 욕망을 표현한 작가라기보다, 오히려 그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채 끌려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누구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망쯤은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 작가가 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제가 쓰는 글 역시 좋은 글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데 있겠지만요.

몇년 전, 서울의 한 동네에서 인디 헤비메탈 공연 축제를 기획하고 만드는 후배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돈도 안 되고, 몸은 더 힘든 자원봉사에 가까운 일을 몇 년째 왜 하느냐고 묻자, 그 후배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돈 안 돼도 하는 게 진짜 예술이야. 형.”

얼마 전부터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 저는, 그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그 봉사같은 일을 해온 후배가 존경스럽더라고요.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까지 확인 한 지금은 마치 어느 유려한 미술작품 전시관의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한 느낌입니다. 제가 경험한 도슨트는 쉽고 친절한 언어로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오히려 설명은 건조하고 명료했습니다. 내 안의 뜨거운 감상이 동작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죠.

노먼은 내내 끌려가다가 마지막에서 뭔가 한방을 날리긴 합니다.

그게 참 노먼답다 싶었습니다.

그 감상은 여기 적지 않으려고 합니다. 직접 느껴 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많은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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