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은 아무나 파나~ 공모(비평)

대상작품: 실전민속학 사무소 사건 일지 : 파일럿 (작가: 무강, 작품정보)
리뷰어: 나르디즐라, 7시간 전, 조회 13

0.

리뷰의 제목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의 차용 – 변형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함의 하겠지만 주인공 금령의, 그리고 한림 소장님의 비범함을 표현하기도 해 차용해 보았습니다. 다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습니다.

 

아무쪼록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소설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적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림 실전민속학 자문 사무소에서 일하는 나는 어느날 호랑이 같은 것에게 박살이 난 시체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접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한림 소장님은 추호부를 찾으러 빈집에 갑니다. 그리고 그곳의 오부장이라는 사람은 ‘여동생’의 흔적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의뢰를 맡아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와 별개 나는 심부름으로 기밀문서와 개의 분비물을 얻으러 갑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나는 퇴근하려다 뭔가 이상한 한림 소장님의 반응으로 호랑이를 잡으러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함께 갑니다. 그렇게 호랑이가 나타난 후, 나는 한림 소장님을 도와 위기의 순간 예비 추호부로 퇴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일단락이 된 다음  한림 소장님은 오부장에게 가 사건의 흐름이 ‘여동생’에게 있음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2.

전체적인 구성은 단편 소설이라기 보다는 제목의 파일럿처럼 장편 소설의 시발점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 때문에 구조도 내부적인 기승전결이 이뤄지면서도 암시적인 결말을 통해 무언가 더 진행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서 재미가 제대로 제시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무강님의 소설 실전민속한 사무소 사건 일지 : 파일럿에서의 핵심 재미는 설정입니다. 도사와 도원. 수도승같은 존재들 중 송곳처럼 드러난 한림 소장님. 그런 소장님이 여성의 태를 취한 까닭. 빈집 = 변칙 현상 관리 부서라는 장소, 호랑이 탈, 그리고 여동생의 존재까지. 이런 설정들은 관계의 갈등을 암시하면서 내포합니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곧 확장성을 갖고 이야기를 전개할 힘을 얻습니다. 무강님의 소설 실전민속한 사무소 사건 일지 소설이 재미있는 점은 이 알 수 없는 갈등의 시발점에 대한 기대감과 해소되지 않은 사건의 여운이 뒤섞이며 발생합니다.

다만 ‘전’ 부분에 할당된 전투 자체는 갈등이 형성된 설정의 영향에 많이 영향 받지 않고, 더 큰 사건으로 가는 물꼬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갈등의 첨예함이 고조되는 부분으로 느껴지진 않아 상대적으로 중요도는 낮아보입니다. 되레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은 오부장과 한림 소장님의 거래의 결과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이 부분에서 갈등은 해소되며 ‘결’의역할을 하지만, 정작 해소되는 건 단편적인 살인 사건일 뿐 더 큰 음모가 도사리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클리프행어 적인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3.

어반 판타지와 설정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반 판타지는 현실과 환상 세계의 경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그로 인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속성을 가지며 이에 독자는 그곳에 속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습니다. 몰입과 동일시가 세계관에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시에 어반 판타지는 현실에 있을 법하나 있어선 안되는 것들을 분리하는 역할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재미로 부숴버리는 호랑이가 도시에 돌아다니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유구하게 ‘금제’로 작동하던 기제들을 어반판타지는 불러들여 그들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오직 유일하게 이 경계선을 넘나드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는 동일시와 몰입의 감정을 느낍니다. 경계선을 넘나든다 하더라도 현실이라는 체제 위에 서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무강님의 소설 소설 실전민속한 사무소 사건 일지 : 파일럿에서는 이런 세계를 조형하는 데 집중합니다.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후 단골 카페 사장님의 도움으로 얻게 된 알바를, 주인공은 반년간 일해온 사람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단편적으로 세계관을 접하고, 세계는 확장되며(혹은 될 예정이며) 독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봅니다.

이 지점에서 한림 소장님은 이런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며 이끌어가는 역할을 취합니다. 영웅의 여정으로 따지면 스승과의 만남입니다. 동시에 한림 소장 역시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림 소장은 호랑이 사건을 거치며 이야기의 깊은 곳으로 여정을 시작합니다. 즉 주인공 금령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상 세계에서의 여행을 시작하며 독자에게 이를 유도합니다. 그리고 한림 소장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 투 트랙 전략은 독자에게 시작점의 친숙함과 동일시 를 전략적으로 제공합니다.

 

4.

결론적으로 매력적인 설정과 탄탄한 전략을 통해 어반 판타지를 풀어나가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파일럿 1화 만으로는 단편적이라서 좀 더 많은 내용을 분석하고 싶었는데 어렵네요.

아무쪼록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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