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의 이름은 프롤로그 공모(감상)

대상작품: 실전민속학 사무소 사건 일지 : 파일럿 (작가: 무강, 작품정보)
리뷰어: 끼앵끼앵풀, 4시간 전, 조회 8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됐습니다.*

*이 리뷰는 <청춘환상검무곡>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전제하에 작성됐습니다.*

 

실전민속학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한국 설화에서 나오는 신비들이 현실에 등장하여 벌어지는 해프닝을 엮은 옴니버스 단편집인가? 동시에 무강 님의 첫 장편 <청춘환상검무곡>과 동일한 세계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빈 집’, ‘서천꽃’ 등 단순히 명칭만 같은 게 아니라 역할도 비슷해 보이는 설정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한국 요소가 많이 가미 된 게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만약 이게 정말 <청춘환상검무곡>과 설정을 공유한다면 세계관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원이나 도사, 산신으로 취급되는 호랑이 같은 게 언급되며 핍진성이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예, 달래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도 닦고 수련하고 사는 것쯤은 이 세계에서 흔한 거였군요.

어쩐지… 마녀모자 쓴 인물이 화염망치 휘두를 때부터 알아봐야 했습니다. 이거 정말 그리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신탁을 받고 제우스 번개 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의 이런 잡설은 <청춘환상검무곡>은 완결이 났음에도 배후에서 움직이는 세력들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데에서 비롯됐습니다. 주인공의 조력자 세력도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았을뿐더러, 의도적으로 소녀들의 서사를 가깝게 조명한 면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후속된 이야기가 예고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렇기에 <청춘환상검무곡>을 재밌게 본 분들께 추천합니다. 코드만 맞다면 무강 님 특유의 캐릭터 조형과 소품을 다루는 디테일에서 오는 재미를 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저처럼 2D 미소녀 캐릭터의 뚜쉬뚜쉬 전투를 글로 묘사한 거 원하는 오따끄에겐 더욱이요.

 


 

작가님께선 이 작품의 소재를 재활용해 단편 연작 혹은 경장편을 집필할 계획이라 하셨습니다.

좀 더 작품 내적으로 깊게 들어가 리뷰글을 작성하고 싶으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이쯤에서 그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작가님이 코멘트에서 언급했듯 이 단편은 독자분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파견된 ‘파일럿’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찰병만으론 실제 군대의 규모를 알 순 없는 법이죠. 따라서 당장은 흠잡을 게 없어요. 흠잡을 수도 없고요.

하여 재활용하실 생각이라면 사실 직면한 진짜 과제는 ‘무엇을 고치냐’보단 ‘어떻게 읽게 하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강렬한 훅으로 모두를 매료시킨다면 또 모를 노릇이겠습니다만, 아마 저를 포함한 브릿G 유저분들이 고수하는 집필 방식으론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오만한 편견이기 바랍니다.)

오늘날의 웹소설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트렌드를 차용해 이펙트를 강화한다든가, 비싼 금액을 들여서 시각을 빼앗는 일러스트 or 만화 or 표지 비슷한 걸 제작하여 내거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 개인의 감상이지만 초중반 무강 님의 글은 보통 재밌습니다. 작정하고 보내시는 위협용 파일럿은 인상이 많이 남는 편이에요. 끝까지 집필하기만 하시면, 최소 양질의 글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 근데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껜 추천하지 않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힙한 카페가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작가님께서 커피를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저 같은 카페인 중독자에게 이런 건 자극이 너무 세거든요. 묘사된 카페가 현실적이든 아니든 간에 읽고나니 커피 땡긴다며 한밤중의 브루잉을 합리화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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