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없는 인간을 읽고 기대에 차 열었던 후속작 <체 없는 용>. 도로 장르물의 문법에서 탈선해 있었습니다만, 1부 <리 없는 우주>와 수미상관 형태로 맞춘 것일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기능자들이 극한으로 구현한 우주, 즉 가상현실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점의 넘나듦이 메타 픽션으로 이어지더군요. 원고 매수 개그는 소리내어 웃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중 ‘브릿G’라는 낱말까지 명시되자 의구심이 솟더군요. ‘이거 생각보다 더 많이 가는데? 어디까지 이탈하는 거지?’
‘체 없는 용’. 본질 없는 삼라만상. 이 개념을 가지고 복제된 가상현실의 실체성을 논하며 주인공은 물론 독자마저 방황하게 됩니다. 공각기동대 이노센스나 뉴로맨서를 보던 경험과 비슷하더군요… 심지어 중간에 ‘바보’라는 이름으로 푸념하는 작가님(fool)까지 직접 등장합니다.
기대한 장르 서사의 완결은 아니었습니다.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작품의 완결 자체는 아주 깔끔하게 되었습니다. 2부와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유와 논변의 형태로 결말까지 이어진 점이 기대에 어긋났던 것입니다. 그렇다 한들 마음이 끌리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작가님이 듣고 싶을 만한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뭐 피차 쌤쌤일 테니 편하게 논하겠습니다. 제 글이랑 닮아보였기 때문입니다.
체 없는 용은 여러 단락이 파편적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그리고 ‘체 없음’에서 뻗어지는 인간의 덧없음, 작가 자신의 비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지는 인간에 대한, 긍정을 담고 있지요.
글의 수준은 비할 바가 못 됩니다만 저도 비슷한 형태로 비슷한 소재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일 때 교수님께서 보르헤스에 영감을 받은 영화에 대한 리포트를 써 내라고 하셨지요. 그때 작성해서 제출한 게 저 도발적인 소설입니다. 과제 리포트 형태로 시작해서 ‘알고 보면 세상 영화 어디서든 보르헤스의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으니, 내가 제일 마지막에 본 조커(2019)를 글감으로 정해 한번 써보겠다.’로 이어갑니다. 이 글 또한 파편적이고 메타 픽션적입니다. 영원을 추구하면서도 끝내 덧없음을 깨닫고 만 비운의 영화감독을 묘사하면서요…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을 긍정하기에 이르는 마무리까지.
와, 여기서 네 작품 홍보하기냐?
양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작가님도 유머를 아시는 분이니까요. ‘내가 복제라니” 라든가 “연산을 정지합니다” 같은 개그도 본작에 떡하니 담아내시는 분인데, 같은 작가로서 이 정도는 유머로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믿어야 할 것입니다. 믿어도 되나?
이러나 저러나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리뷰의 형태를 빌려 제 딴에 저와의 (발가락이나마 닮은) 공통점을 한 번 읊는 재롱을 부려보았습니다. 대포 한 잔 달아놓고 떠난 팬처럼 생각해주십시오. 뒤늦은 어린 매니아로서, 언젠가 작품집 다시 나오면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