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다 갖고 싶다 감상

대상작품: 식귀 (작가: 성재하, 작품정보)
리뷰어: 뇌빌, 3시간 전, 조회 3

읽으면서 각종 보신 음식(…)을 떠올렸어요. 참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그런 것을 원해서 그렇게 찾은 거였나… 하고요. “뭔가 역병이 돌아서” 멀쩡하던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뜯어먹게 되는 게 좀비 장르의 기초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식귀”라는 K-오컬트 설명을 붙이고, 여러 사람들의 정신심리적 부담을 더하니 되게 새롭고 재미있네요. 어릴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누나가 어느새 경쟁과 사회에서 밀려나 안쓰런, 더는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이 되고, 그럼에도 어릴 때 서로 위로 받았던 기억에 끝내 목숨을 걸고 구하러 가는 주인공의 마음도 많이 이해가 되고 멋있었어요. 이래야 가족이지,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성진이 대체로 착하고 바른 (식귀 들리기 좋은 뭔가가 아주 뚜렷하진 않은…) 청소년으로 묘사되는 점, 딱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친구 초연이 갖고 있는 점, 위기의 순간에 마침 마주친 점은 조금 치트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정된 분량으로 이야기를 풀기에 필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데서 각 인물을 더 알게 되기도 했고요. 이야기 마지막에도 누나 걱정을 해주는 초연이가 참 대견합니다. (초연이 가족은 다 괜찮으신지 늦게 걱정도 좀 되네요.)

좀비 장르 소설로서 매력적인 묘사도 좋았습니다. 도입부의 으스스한 식사(?) 장면과, 익숙하면서도 늘 통하는 액션, 무엇보다 대사를 하는(!) 좀비들이 재미있어요. 각자의 사정에 따라 특정 부위를 원하는 설정이 독특하고 참신합니다. 누나가 원했던 팔이 그 팔이 아니구나, 하는 장면도 참 찡했어요.

갖고 싶었던 것 이루고 싶었던 것 다 하지 못해도 괜찮아. 스스로를 그리 갉아먹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반갑고 좋은 것 같아요. 저녁을 든든히 먹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요새 뭐에 조바심 내고 있었나 한번 되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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