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SF장르의 작품 감상

대상작품: 가위바위보 세이브 어스 – 2 (작가: 백곶감,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2시간 전, 조회 3

나는 SF의 하위장르에 대해서는 지식이 일천하다. <가위바위보 세이브 어스>와 같은 스타일의 SF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이야기는 이렇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그 사실을 깨닫자 스스로 검증을 시도하는데, 그 결과로 인터넷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500전 연승을 하며 전설이 되기도 한다.

그 후 그 일을 계기로 범우주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브릿지에 올라와있는 <다수파>가 있다.

잠시 소개하자면 다수파는 (가위바위보에서 항상 이기는 것이 동체시력이나 추론의 결과가 아니듯이)어떤 선택을 하든 다수파에 속하게 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SF인데 비과학적인 소재가 작품의 뿌리”라는 점이 이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장르 자체도 호감인데 작품은 스토리텔링의 기교도 좋았다.

옆에 작품을 띄워놓고 하나하나 열거해 보자.

 

2022년 3월 1일 19시 57분 12초.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위치한 국제천문연구원 소속 크리스토퍼 박사 연구팀은 인류 최초로 외계에서 온 신호를 포착했다. 그전까지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분명하고 명확한 신호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가위]

[가위]의 임팩트가 대단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앞서 가위바위보라는 빌드업을 깔아놓았는데, 직후 그 스케일을 우주적 규모로 확장시키면서 낙차에서 오는 내러티브훅을 꽂아 넣는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긴가민가했던 것들이 자명해졌다. 적어도 가위와 바위 다음이 무엇일지는 누구나 아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이 ‘RPS 프로젝트(Rock, Paper, Scissors Project)’로 바뀐 것이 이를 증명했다.

RPS 프로젝트라는 네이밍이 재미있다.

 

“대박적.”

이건 아무래도 이제는 좀 낡아 보인다.

 

“최강zi존@91 맞으시죠?”

“아시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긴급한 상황이다 보니, 익명이셨던 아이디를 저희가 수소문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앉으시면 상황설명 드리겠습니다.”

첫 챕터에서 나온 500전 연승으로 인해 신상이 특정되어 나온 상황이다. 뛰어난 복선 회수였다.

어떤 점이 좋냐면, 우선 자연스럽다. 주인공이 자기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넷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전개다. 그래서 특별히 부각되지 않고 문단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그러나 복선은 너무 자연스러우면 복선이 회수됐을 때 그게 복선인 줄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서는 요원이 설명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복선이었던 문장을 상기시킨다.

 

순아를 비롯한 가위바위보 고수들을 이처럼 긴급하게 소집하게 된 것도 바로 이를 위해서였다. 지금 바로 각국의 대표를 뽑아 내일 하와이 천체관측단지에서 열릴 인류대표선발대회에 내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청와대에서 한국 가위바위보 대표들끼리 토너먼트를 벌이는데, 평범하게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상대마다 각자의 개성적인 전략이 있다. 실제로 있는 전략들을 구사하는 터라 유익하면서 재밌다.

이건 작품 후반에서도 한 번 더 반복된다. 이런 장면이 스토리를 단조롭게 풀어내는 게 아닌, 중간중간 이야기에 완급을 부여하면서 작품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요소들이 타이트한 분량 내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흡인력을 형성한다.

좋아하는 장르면서 재미까지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결말부는 크게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점과, 굳이굳이 꼽았을 때 작품을 1, 2편으로 나눌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점 정도일듯 하다.

비슷한 작품이 있다면 더 추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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