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세상을 바라는 누군가의 거울 속 비뚤어진 모습 감상

대상작품: 초상화 (작가: 김형준,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9시간 전, 조회 5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공포 소설도 유행을 탑니다. 최근에는 실화 괴담류가 독자 분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은데,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공포감을 높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기를 생각해보면 ‘환상 특급’ 류의 기괴한 이야기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9년 소설로 대 히트를 쳤던 ‘링’이 영화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전염성 심한 일본의 저주 괴담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를 뒤흔들면서 약간 다른 방향을 타긴 했지만, 그래도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은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바로 뛰어난 작가 분들이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겁니다.

[초상화] 또한 공포 장르 중에서도 약간 기괴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환상 괴담류의 단편 소설입니다. 세상 일에 무신경한 듯한 덤덤한 주인공이 독백이 인상적인 초반부는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아직 미혼이면서 결혼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께는 큰 관심을 얻을 수 밖에 없는 흡입력 강한 도입부가 강렬합니다.

이 작품에서 자꾸만 보이면서 저를 신경 쓰이게 했던 단어가 있는데 바로 ‘평범’ 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이나 선택을 하게 된 계기가 작품에 설명되지는 않는데 그는 작품 내에서 강박적으로 평범한 삶, 평범한 배우자에 집착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아내는 집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요. 우리는 모두 실제로는 저녁이 준비되지 않거나 배우자가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액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이 끼워져 있지 않은 고풍스러운 액자를 거실의 벽에 걸어 놓은 광경은 사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액자를 벽에 걸어 놓은 아내의 행동은 정형화된 일상을 원하는 주인공에 대한 어떤 반발 심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결혼 전 보았던 아내의 모습이 변화되어가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것이 주인공이 원하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파국으로 이끄는 단초가 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일상을 비틀고 흔들어서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은 바로 주인공 자신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져 있지 않고 바라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을 참지 못하는 주인공의 강박이 후반부의 기괴하고 섬뜩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사이코 패스들이 그랬듯이 주인공 또한 아주 쉽게 그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뭐.’

이 작품은 사실 자잘한 설명 대신 닥추를 드리고 싶은 재미있는 호러 미스테리입니다.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커스터마이징 될 수 있다고 망상에 빠지는 악인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지 않길(소설로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면서 이 작품을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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